영국 공군(RAF) 타이푼 전투기가 12일(현지시간) 예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근거지를 공격하기 위해 키프로스 아크로티리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후티가 홍해에서 벌여온 상선 공격에 대한 직접 보복으로 이날 예멘 내 반군 거점에 폭격을 가했다./ 사진 : 연합(영국 국방부 제공) |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에 이어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상선을 공격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악재가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후티 반군이 공격하는 홍해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세계 물류의 동맥이다. 이곳의 관문인 수에즈 운하는 세계 무역량의 10∼15%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부터 후티 반군이 팔레스타인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이곳을 지나는 상선을 공격하면서 세계 물류에 직격탄이 됐다. 세계 10대 컨테이너 선사 중 머스크, MSC, 하팍-로이드, CMA CGM, ZIM, ONE 등 6개사가 후티의 위협 탓에 홍해 항로에서 완전 또는 대부분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파는 무역량 감소와 주요 기업들의 생산 및 운송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의 킬 세계경제연구소는 후티의 공격 탓에 세계 무역량이 1.3%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테슬라는 최근 독일 내 전기차 공장의 생산을 대부분 중단했고, 일부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운송 항로를 변경했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 영국 의류업체 넥스트, 미국 신발 브랜드 크록스 등 주요 소매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2주 이상의 배송 지연 가능성을 통보했다.
여기에 중국의 춘절 연휴를 앞두고 선사들이 서둘러 물량을 처리하려고 하면서 선박 수요가 더욱 늘고 있으며, 이는 운송비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해상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날 2206포인트를 기록해 전주보다 16% 이상 올랐다. 지난달 이후로 상승률은 114%에 달했다. 최근 물류업체 프라이토스가 추산한 아시아발 컨테이너당 운임비는 5000~8000달러로, 기존 통상 운임비인 2000달러에 비해 2.5∼4배 높다.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인상도 우려되고 있다. 리서치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무력 충돌이 고조될 경우 에너지 가격 인상이 초래되고 이는 소비자 비용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란이 오만만에서 유조선을 나포하는 등 지금까지 주로 컨테이너선을 대상으로 했던 해상 위협이 이제는 유조선까지 겨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은 유조선 4척이 홍해를 피해 회항했고 다른 유조선 5척도 회항하거나 항해를 중단했다.
이대로라면 저성장과 고물가가 결합된 스테그플레이션의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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