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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심각한 건설경기…현대제철, 인천·당진 철근공장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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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1-19 06:00:19   폰트크기 변경      
최소 2개월 이상 대보수…올해 철근 수급 최대 변수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 사진 : 현대제철 제공


[대한경제=박경남 기자] 올 들어 건설경기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국내 최대 철근 공급원인 현대제철이 인천과 당진의 철근공장을 최소 2개월 이상 멈춰 세운다.

주기적인 설비 보수와 함께 안전성 강화를 위해 지난 수년 간 미뤄온 구조물까지 대대적으로 보수한다는 계획인데, 가뜩이나 철근 가격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데다,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철근 수요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감산을 통해 선제적인 철근 가격 방어와 수급 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장은 철근 수급에 별다른 영향은 없지만, 감산이 예상보다 확대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철근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인천공장, 올 하반기 당진공장에 대한 대보수에 들어갈 예정이다.

특히 이번 대보수는 정기적인 설비 보수는 물론 골조 등 공장 구조물까지 포함한다는 계획이다. 대보수 기간만 공장별로 최소 2개월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올 상반기 인천공장, 하반기 당진공장을 대상으로 대보수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골조를 포함해 최근 몇 년 간 미뤄온 구조물까지 보수하고, 안전성 강화를 위한 추가 점검도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이 올해 전례 없는 대규모, 장기간의 보수에 나선 것은 철근 가격이 하락하며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건설경기 침체로 철근 수요마저 급격히 얼어붙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 철근 기준가격은 이달 t당 91만9000원으로, 2만1000원 떨어졌고, 유통가격은 t당 78만5000원 수준으로, 지난해 11월(84만5000원)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6만원 하락하며 80만원선이 붕괴됐다. 철근 기준가격과의 격차도 14만원 가까이 벌어졌다.

여기에 철근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도 현대제철이 대보수를 결정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착공·인허가 등 건설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 반토막 이상 나면서 철근 수요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까지 겹치면서 피부에 와닿는 철근 수요 감소 체감속도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결국 안전성 강화를 위한 공장 대보수는 명분에 불과하고, 철근 감산을 통해 가격 하락을 방어하는 동시에 수급에 있어서도 수요업계와 줄다리기를 벌이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 등으로 인해 실제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는 건설사들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철근을 생산해도 받아줄 유통업체나 건설현장이 많지 않다보니 현대제철이 감산을 위한 대보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대제철의 이번 대보수가 당장 철근 수급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철근 수급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제철은 철근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수 작업 전 충분한 재고를 비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대보수 기간이 지연되며 자칫 감산이 확대될 경우 철근 수급이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천공장과 당진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각각 155만t, 125만t인데, 2개월씩 가동을 중단할 경우 단순 수치상으로 인천공장이 연간 25만t, 당진공장이 20만t 줄어들며 총 50만t 안팎의 철근 생산량이 감소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대보수에 따라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철근 생산량이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며, “건설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일선 현장의 철근 수요가 크게 줄어든 탓에 철근 수급 차질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남 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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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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