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재현 기자]박상우 장관은 이른바 ‘늘공(늘 공무원)’이다. 정통 관료 출신으로 주택토지실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직을 3년이나 지냈다.
부처 수장으로 관료 출신 인물을 선임하는 배경은 ‘전문성’이다. 전문성을 앞세운 판단을 통해 각종 현안을 해결하길 기대해서다.
정치인 출신인 원희룡 전 장관이 정무적 감각을 통해 현 정부의 공약을 추진력 있게 추진했다면, 후임인 박상우 장관은 전문성을 통해 디테일을 보완하면서 임기 중반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늘공의 문제는 소통이다. 한 부처에 오래 몸담다 보니 전문성은 누구보다 뛰어나지만, 소통능력에는 항상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박상우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됐을 당시에도 마찬가지다. 세종관가에서는 박 장관이 취임하면 외부 일정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목소리도 심심치않게 들렸다. 1년이 넘는 기간동안 원희룡 전 장관의 초인적 외부 일정에 지칠대로 지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박상우 장관의 일정은 이미 꽉 차있다고 전해진다. 취임 직후부터 한결같이 소통을 강조한 결과다.
박상우 장관은 LH 사장직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물러나 장관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민간인 신분으로 건설업계에 몸담았다.
입장이 180도 달라진 그의 생각은 어떠했을까. 박 장관은 “전쟁터와 같은 시장에서 간혹 현실과 유리된 정책이 발표될 때 공직 선배로서 안타까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 그가 취임 후 처음으로 달려간 곳은 현장이다. 이른바 ‘지옥철’로 불리는 김포골드라인을 직접 탑승했다.
정부는 그동안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를 낮추고자 온갖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혼잡도는 여전하다. 탁상행정에 불과한 버스 증차 등 탁상행정식 정책 탓이라는 게 시민들의 목소리다.
박 장관은 김포골드라인 현장을 찾아 시민과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후 국토부 관련 부서에 혼잡도를 낮추기 위한 실질적 방안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우 장관의 소통 중시 성향은 지난 11일 열린 국토부 산하단체장 신년인사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시 그는 “정부는 산업 발전을 위해 법을 다루면 된다. 이를 위해선 소통이 가장 필요하다. 업계와 많은 소통을 하겠다”고 말했다. 말에서 그치지 않고 그는 국토부 직원들에게 업계와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자리를 마련해보라고 지시했다.
올해 건설과 부동산시장은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건설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주택공급 부족 등 우리 경제 위기 요소들이 수두룩하다.
그만큼 박 장관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장관이 직접 나서 현장을 돌며 문제점을 파악하고 수십 년간 축적된 국토부 직원들의 전문성을 통해 정책을 개발, 해결한다면 늘공의 소통능력에 대한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재현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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