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강성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예정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 불참했다. 대통령실은 행사 시작 불과 37분 전인 오전 9시23분 언론 공지를 통해 불참 사실을 알렸다. “대통령의 감기 기운이 심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통령이 예정된 시간에 임박해 공식 일정을 취소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갈등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지난 2015년 10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박람회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 등에 돌연 불참한 일이다. ‘외교 강행군’에 따른 건강 악화가 이유였지만 정부 핵심 기조인 ‘창조경제’ 관련 행사와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더구나 윤 대통령의 갑작스런 일정 취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가 더 크다. 지난해 11월 엑스포 유치 불발 때는 대국민 사과에 전격 나선 뒤 이틀 연속 공개 일정을 모두 취소한 바도 있다. 대통령실은 향후 수습책과 개각 방향에 대해 고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충격’ 때문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정말 지독한 감기에 걸렸을 수도, 당과 대통령실의 갈등을 수습하기 위한 회의나 회동 등 내부 변수가 생겼을 수도 있다. ‘최측근’인 한 위원장의 ‘변모’에 심기가 극히 불편해져 공개 일정에 나서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일개 ‘개인’에 불과하다면 상관없는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내ㆍ외치를 망라한 국정을 정점에서 총괄해야 하는 유일한 자리다. 대통령 스스로도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임하지 않았나.
게다가 민생토론회는 윤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앞두고 ‘민생’과 ‘소통’을 강조하며 직접 주도해 야심차게 내놓은 행사다. 신년 기자회견도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민생과 소통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대통령이 개인이나 용산 내부 사정 때문에 이를 취소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대통령은 공과 사를 구분하는 책임감으로 국정 운영에 나서는 동시에 예측 가능한 행보를 보여야 한다. 개인의 상태나 심기로 인한 돌발 행동이 계속되면 국민들의 불안감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강성규 기자 gga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