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조성아 기자] 정치권이 ‘개싸움판’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갈등에 대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의 평이다. 유 의원은 “이건 또 무슨 막장 드라마냐”면서 “대통령 자신이 만든 김기현을 내쫓고 직속 부하 한동훈을 내리꽂은 지가 한 달도 채 안 됐는데 또 개싸움이냐”고 비판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위원장 역시 “권력 내부가 가관이다. 어디까지 추락할지 가늠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쓴소리했다.
정치권의 권력 투쟁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어서 놀랍지 않지만, 이토록 변하지 않는가 싶어 놀랍다. 민심을 이렇게 모르는 건지 무시하는 건지, 둘 다인 건지 모르겠다.
총선이 두달 여 남은 상황에 국민의힘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수습도 쉽지 않아 보인다. 봉합한다고 해도 이미 돌이키기 힘든 상황이다. 억지로 꿰맨 구멍은 언제든 터질 수 있다.
김기현 전 대표를 주저앉히고 ‘윤석열 아바타’라고 불리는 한 위원장을 내세웠던 윤 대통령은 또다시 그를 내치려 했다. 윤 정부가 들어선 지 채 2년이 안돼 여권 수장이 벌써 일곱 번이나 바뀌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대응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것이 사퇴 요구의 배경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함부로 입 밖에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 ‘윤석열·한동훈 갈등’으로 또 한 번 증명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예정돼 있던 민생토론회 직전 불참을 통보했다. ‘민생’을 강조했던 목소리가 부질없다. “국민은 늘 옳다”고 하지 않았나. 통치자가 지녀야 할 ‘애민(愛民)’의 마음은 찾아보기 힘들다.
백성을 중시했던 임금 영조는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 한쪽으로 치우쳐 백성을 돌보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또 “백성이 미미해 보이더라도 항상 두려워하며 그들의 어려움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막장 드라마’ 같은 여권 상황을 지켜보는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공세에 나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갈등에 대해 “대통령이 특정 정당의 선거, 총선과 관련해 이렇게 노골적이고 깊숙이 개입한 사례가 있었나”라고 비판했다. 정치 중립 위반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이 대표 또한 민주당 상황을 돌아봐야 한다. 국민의힘 ‘친윤·비윤’ 갈등에 못지않은 것이 민주당 내 ‘친명·비명’ 갈등이다.
민주당에서도 본격 공천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공천 잡음이 들려왔다. 공천 예비후보 심사에서 위법 혐의를 받거나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친명 인사들이 잇따라 ‘적격’ 판정을 받았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 체제의 한계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최근엔 당 사무총장 불출마 여부를 두고 친명끼리도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영조는 언제나 애민(愛民)을 향해 통치했다. 그는 애민 정신을 강조하며 “백성이 있어야 군주가 있고, 백성이 산 뒤에야 나라가 보존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그는 말로만이 아닌 탕평책을 펼쳐 행동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왜 우리 국민은 수백 년 전 우리의 선대 조선보다 더 후퇴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가.
조성아 기자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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