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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 칼럼] 대형공사 유찰에 의원님도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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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1-26 05:00:17   폰트크기 변경      


바야흐로 총선의 계절이 돌아왔다. 현역 의원 신분이거나 지역 시ㆍ도의원으로 중앙 무대 진출을 꿈꾸는 후보들은 기존에 추진됐던 지역 내 대형 건설사업들을 자신의 공적으로 내세우기 바쁘다. 기획재정부를 압박해 예산을 더 많이 따왔다거나, 혹은 사업 추진을 꺼린 중앙부처를 설득해 국비 보조를 확정 지었다는 식이다.

문제는 임기 4년 사이 인플레이션 쓰나미가 덮치며 의원들의 ‘공적( 功積)’이 ‘공적(空積)’이 될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각 지역에서 추진했던 대형 건설사업들은 작년 말부터 유찰을 반복하며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하고 배회 중이다. 이유는 지난 2020년만 해도 120.22를 기록한 건설공사비 지수가 현재 기준(작년 11월) 153.37에 달하며 3년 사이 무려 30% 가까이 급등한 데 있다. 2021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원자재 수급 대란의 여파로 국내 주요 건설자재 가격이 30∼50% 가까이 올랐고, 이 와중에 건설노조의 세력 확장의 여파까지 겹치며 레미콘 믹서트럭 운임비 및 장비 임대료 등이 전국적으로 40% 이상 급등한 탓이다.

이 때문에 2∼3년 전 사업계획이 시작된 주요 대형 건설공사들의 공사비가 현재 기준에서는 20∼30% 정도가 부족하다. 건설경기 침체로 일감을 하나라도 더 따내야 하는 건설사들이 사업을 포기할 정도니, 현재의 공사비 부족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예로 추정금액 2090억원 규모의‘군산전북대학교병원 건립공사’만 해도 이미 작년 11월 발주됐지만,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단 한 군데도 나타나지 않아 유찰됐다. 전북대병원 측은 부랴부랴 지난 12월 재공고를 냈지만, 이미 건설업계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이 가운데 군산에 출마하는 A후보는 해당 병원 건립사업을 본인 최대 공적 중 하나로 내세웠다. 총선 한 달 전인 3월 13일이 개찰인데, 공적이 거짓말이 될 위기에 놓인 셈이다.

그 외에도‘킨텍스 제3전시장’과‘배곧서울대학교병원’건립공사 등  지역의 주요한 대형 건설사업들이 작년 연말을 기점으로 유찰을 반복하며 사업자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어떤 사업은 공사 규모를 계획보다 축소해 사업비를 어찌어찌 맞춰 수의계약으로라도 진행될 것 같지만, 대부분 사업은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운 탓에 도저히 사업 추진의 탈출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요즘 대형 사업 유찰사태 기사를 쓰면 각 의원실에서 곧바로 전화가 온다.“건설사들이 정말 단 한 군데도 사업참여 의향을 보이지 않느냐”라며 노심초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부 예비 후보들은 직접 전화해 사업 추진 상황을 묻기도 한다.

건설은 정치인들에게 가장 가시적인‘공적(功積)’이다. 그만큼 정치력이 발휘되어야 하는 산업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현재 각 발주기관과 건설업계가 최근의 유찰 사태를 타개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 국회가 거들어 준다면 훨씬 빠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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