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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된 중처법… 83만 中企 혼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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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1-25 16:36:44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박흥순 기자] 전국 83만7000여 개 소규모 사업장에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 추가 유예안을 담은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끝내 넘지 못하면서다.

중소기업계는 “중대재해법에 대응할 시간을 달라”며 법안 적용 유예를 호소했지만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정쟁으로 물거품이 됐다.

일각에서는 26일 추가 본회의 개최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지만,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사진 가운데)을 비롯한 중소기업 단체 회장단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호소하며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5일 국회와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부터 전국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중대재해법이 전면 적용된다. 2022년 1월 5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된 중대재해법은 사업주의 경각심을 키우기 위한 강력한 처벌 규정(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담고 있다.

정부 여당은 그동안 소규모 사업장의 현실을 고려해 중대재해법의 추가 유예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의정부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토론회에서 “근로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특히 경영난에 허덕이는 83만 영세업자의 처지도 생각해야 한다”며 국회에 개정안 처리를 요청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정치가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4일에는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 장관이 나서서 중대재해법의 입법을 촉구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영세·중소기업의 경우 대표이사가 모든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중대재해로 처벌을 받을 경우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 기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800만 근로자의 고용과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호소했다.

법안의 당사자인 중소기업계도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썼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24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중대재해법 개정 필요성을 호소했다.

하지만 개정안 논의의 열쇠를 쥔 더불어민주당은 3가지 조건(△정부 사과 △구체적 계획 △2년 후 무조건 시행 약속)과 산업안전보건청의 설치가 전제돼야 개정안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양당은 원내대표는 24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개정안 처리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양당은 국회 본회의 직전인 25일 오전까지 협의를 이어갔지만 끝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경기도 내 한 소규모 건설현장 모습. /사진:박흥순 기자


막판 극적 타결을 기대했던 중소기업계는 허탈하다는 입장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아직 현실로 와닿지 않는다. 여야가 막판 극적인 합의로 추가 유예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우선 안전관리자를 확보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또 만약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위험성평가를 실시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인력 누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중대재해법을 민생현안으로 생각했다면 왜 양당은 머리를 맞대고 양보하는 자세를 가지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현실 문제를 반영하지 않고 총선을 의식한 이번 행동을 많은 사람이 기억할 것”이라고 정치권에 쓴소리를 했다.

한편 중대재해법의 확대 적용으로 일선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중대재해법의 대상이 되는 사업장이 50인 미만으로 소규모인 만큼 법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는 올해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하고 8만여 곳의 중점관리 사업장을 선정해 집중 관리한다. 여기에는 총 1조5000억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될 계획이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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