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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 칼럼] ‘의대 쏠림’… 정부 대책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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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1-29 08:38:13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의대’ 진학이 대세다. 초등학교 4학년 대상 의대 입시반이 운영될 정도로 번창한 사교육 시장은 새삼 놀라운 일도 아니다.

2023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스카이(SKY) 대학 정시모집 전형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한 수험생은 1343명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최근 5년간 가장 많다고 하는데, 원인은 다른 대학 의대에 진학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할 인재들이 의대에 이토록 많이 지망하는 만큼 국민들이 삶은 보다 건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의사들이 단순히 병원에서 환자 진료만 하는 시대를 벗어나 바이오헬스와 같은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분명 좋은 일이지만 웃을 수만은 없다. 정시모집에서 등록 포기율이 가장 높은 학과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컴퓨터학 등이 꼽혔기 때문이다. 미래 먹거리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 부족에 대해 염려할 수밖에 없다.

‘라떼’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과거 우리 우수 인력의 이공계 진출은 산업화 및 고도성장의 초석이 됐다. 이공계 우수인재들은 1970년대에는 토목공학, 80년대에는 전자공학, 90년대에는 컴퓨터공학과를 선호했다. 이들은 건설산업은 물론 전자ㆍIT(정보기술) 산업의 발전을 이끌며 오늘날 세계 10위권 경제국 도약을 주도했다.

글로벌 산업 현장은 이러한 결과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요동치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기술인재 중심 경영 철학을 앞세운 삼성전자(메모리반도체), TSMC(파운드리) 등이다. 최근에는 ‘슈퍼을’로 불리는 네덜란드 ASML까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이 방문한 곳이다.

기술력의 힘이 국가 경쟁력과 맞닿아 있다고 보는 이유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 역시 ‘기술’에 초점을 맞춰 투자와 인재육성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기술이 곧 미래 먹거리이자, 성장 전략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R&D 예산을 전년 대비 약 4조6000억원가량 삭감했다. 이후 국가가 지원하는 이공계 중점대학인 과학기술원 소속 교수와 학생들은 동요하고 있다. 미국이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환으로 한국이 만든 큐브위성을 달에 보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우리 정부가 예산이 없다며 거절해 무산됐다고 한다.

예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AI와 우주항공 등 미래 첨단 핵심 기술을 육성하려는 기업과 정부의 선택이 180도 다른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CES 2024’ 화두는 AI였다. 미래 시대를 선도할 AI 혁신기술은 보다 빠르게 인간과 기기를 연결하는 모세혈관이자 두뇌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미래 시대를 준비할 기술인재 육성 과제는 기업만의 몫이 돼선 안 된다. 삼성전자의 최근 반도체 매출은 인텔에, 스마트폰 출하량은 애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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