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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 ‘게 섰거라’ 새해 첫 게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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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2-07 06:00:36   폰트크기 변경      

울진대게


[대한경제=김정석 기자] 어느새 갑진년 첫 달도 지나갔다. 해는 년(年)이지만 다른 해도 있다. 맛있는 게도 해(蟹)자를 쓴다. 새해가 됐으니 새로운 해를 먹을 때다. 갑진년도 식후경. 새해 먹을 다짐도 퍽 즐거운 계획이다.

갑각류 절지동물 십각목인 게. 글자 그대로 다리가 열 개란 소리다. 헷갈릴 땐 십각목(十脚目)을 기억하자. 게를 살 때 평소보다 다리 갯수가 적어 보인다면 열 개가 맞는지 헤아려보면 된다. 참고로 문어와 낙지는 팔이 여덟 개라 팔완목(八腕目)이다.

먹어본 사람이야 게만 생각하면 군침을 삼키게 되지만 사실 게는 괴이하게 생겼다. 툭 튀어나온 눈과 쉴새 없이 움직이는 입, 무지막지한 집게발만 봐도 왕거미나 커다란 곤충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 대문호 루쉰은 ‘사람들이 게를 먹기 시작하니 또 다른 이는 거미도 먹었겠지만 맛이 없어 그만뒀다. 우린 이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성수산 킹크랩


아무튼 게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리나라 겨울에는 모든 게의 금어기가 풀린다. 모든 게를 먹을 수 있다.

참고로 보호종을 먹으면 감옥에 갈 수도 있다. 감방에 간다고 일명 ‘빵게’라고 부르는 것인데, 암컷 대게는 산란기와 관계없이 무조건 처벌 대상이다. 포획 시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고, 소지ㆍ유통ㆍ가공ㆍ보관ㆍ판매하면 수산자원관리법 제17조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몰수에 처해진다. 무시무시한 음식이다. 껍데기 넓이가 치수(9㎝) 이하여도 잡지 못한다.

그래서 시중에 유통되는 대게는 모두 수컷이다. 알배기 대게를 먹었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 이유다.

아무튼 겨울철 별미로 꼽히는 대게는 11월 말 조업에 들어가 12월부터 먹을 수 있다. 물이 차가워야 살이 차오른다. 설 즈음부터 수율이 올라가 대보름이면 살이 꽉 찬 대게를 맛볼 수 있다.


진하고 칼칼한 홍게탕


대신 더 깊은 곳에 사는 홍게는 9월부터 조업을 하는데 대게보다 일찍 살이 차올라 제철도 이르다.

흔히 홍게는 덩치에 비해 살이 별로 없다는 누명(?)을 쓴다. 길거리 트럭에서 처음 홍게를 접해서 그렇다. 원래 수율이 좋지 않은 허드레 물게를 가져온데다 팔다 남은 게를 다음날 다시 찌니 살이 말라붙고 텅텅 비게 된다.

홍게 명산지인 속초나 강릉, 삼척, 울진에 가면 정말 맛이 좋다. 특히 탕을 끓이면 맛이 진해서 대게보다 낫다는 이도 많다. 따로 ‘붉은 대게’라 부를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 몸이다. 대게는 달곰한 맛이 더 강하고 홍게는 게 특유의 풍미가 진하다.


왕돌회수산 대게찜


대게 먹는 방법이야 딱히 설명할 것도 없다. 꽃게와는 다르다. 맛있고 알도 먹을 수 있지만, 껍질이 단단한 꽃게는 껍질을 까는 데 ‘인건비’도 안 나온다.

반면 대게와 붉은 대게는 껍질이 얇다. 다리를 하나씩 뜯어 죽 뽑아내면 ‘맛살’ 같은 것이 나오는데 그냥 입에 넣고 빨아들이면 된다. 특히 대게 다리의 짧은 두세번째 부분은 먹지 않고 앞에 모아둔다. 그도 그럴 것이 대게는 대개 여럿이서 함께 뜯어먹는 것이니 끝 부분을 먹느라 힘을 빼면 ‘경쟁’에 뒤진다. 살이 많은 첫번째 부분을 먼저 집어먹고 나중에 동이 나면 그제서야 꼼꼼히 챙겨 먹는 게 전략이다.

딱지 부분 하얀 살은 조금 귀찮다. 하지만 젓가락으로 살살 긁어내 딱지 안에 모아놨다가 한 번에 숟가락으로 퍼먹는다. 입에 한 보따리를 털어 넣고 우물우물 씹자면 게가 아니라 ‘계’를 탄 것 같다. 아무리 배가 불러도 마지막으로 따끈한 홍게탕과 함께 곁들여 먹는 게딱지볶음밥은 꼭 챙겨야 한다.


울진 대게 게딱지 볶음밥



모든 게 종류를 다 먹을 수 있을 때가 요즘이니 입이 즐겁다. 동해안의 대게, 홍게는 물론이고 북방 털게와 경남 남해안의 왕밤송이게도 맛보기 좋은 때다. 오호츠크해나 베링해 등 아주 차가운 물에 사는 털게는 국내에선 굉장히 비싸다. 강원도 고성이 남방한계선이라 얼마 잡히지 않는다. 속초와 고성 현지에서 팔거나 서울 등 대도시 고급 식당으로 팔려나간다. 가격이 꽤 비싸지만 맛이 워낙 좋아 한 번쯤 먹어볼 만하다.


같은 이름이지만 거제 통영이나 사천 등 남해안에서 털게라 부르는 것은 사실은 왕밤송이게다. 북방 털게와 다른 종류다. 그보다 작아 살이 적은 대신 훨씬 저렴하고 맛도 좋다. 살은 달고 내장이 구수해 통영 다찌집이나 마산 통술집에서 안줏거리로 낸다.


카덴 털게


대게가 제철이라지만 아무래도 가격이 많이 나간다. 특히 울진 후포, 영덕 강구, 포항 구룡포에 가면 대도시에 먹는 것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싸다는 불평이 많다. 하지만 수조에 놓아두면 바로 살이 빠지는 게의 특성을 생각하면 수율 면에서 훨씬 좋은 것들이 현지 식당에 많다.

대게는 물이 차가울수록 살이 차오르기 때문에 설이나 그 이후에 먹으러 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다만 설쯤엔 물가가 비싸니 2월 중순 이후가 좋을 듯하다.

홍게를 섞어서 주문하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홍게는 살도 더 붙었고 가격도 더 저렴하다. 홍게 2마리에 대게 1마리 등을 발라먹고 게딱지에 밥 볶아서 홍게탕이랑 먹으면 3∼4인이 포식한다.

가끔 울진 후포나 부산 기장, 포항 구룡포와 죽도시장 등 산지 수산시장에 가면 다리가 한두 개 떨어져 상품으로 쓸 수 없는 게를 싸게 파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사서 양념집에서 쪄먹으면 만족도가 높다.

어쨌든 새해 초, 게를 맛있‘게’ 먹고 나면 더욱 즐겁‘게’ 한 해를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홍게짬뽕


[맛있는 게 맛집]

△왕돌회수산=울진 대게의 본향, 후포항에 있다. 가마솥에 ‘미디엄’으로 쪄낸 대게와 제철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잘되는 대게 집이란 신선도는 물론 쪄내는 기술도 좋아야 한다. 사장님 부부가 울진과 여수, 영호남 커플이라 지역의 맛이 잘 어우러진다. 손맛이 좋아 한 상 가득 반찬도 좋고 우럭 한 마리를 통째로 끓여낸 맑은탕과 매운탕, 홍게탕도 뜨끈하니 요즘과 어울린다. 울진군 후포면 울진대게로 119-1.

△이자카야 카덴=1월부터 북방털게를 판다. 다른 안주류도 유명하지만 귀한 북방털게를 서울에서 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집이다. 털게는 까기가 까다로운데 이곳에서는 다리 살을 죄다 게딱지 안에 모아서 낸다. 숟가락으로 퍼먹기만 하면 된다. 살 자체가 달달하고 진한 풍미를 내고 내장의 고소한 맛도 혀에 오래 붙는다. 꽤 값이 나가는데 당연히 그래야 한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73 거화빌딩.


다성수산 상차림


△신촌다성수상=북극해에 산다는 킹크랩은 특유의 단맛과 존득한 저작감으로 누구에게나 인기있다. 이곳에선 커다란 레드 킹크랩을 맛볼 수 있다. 수율 좋은 킹크랩을 엄선해 당일 들여오니 다리살이 꽉 들어찼다. 한두개만 뚝 떼어먹어도 배가 어지간히 부를 지경. 여기다 전복죽, 생선회와 안줏거리 반찬을 묶어 코스로 제공한다. 식사는 당연히 게딱지 황장 볶음밥이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11길 6.


미락식당 꽃게비빔밥


△미락식당=꽃게를 판다. 그냥 파는 게 아니라 살을 죄다 발라서 양념을 해 접시에 담아낸다. 밥에 넣고 쓱쓱 비벼 먹기만 하면 된다. 꽃게의 최대 단점이자 걸림돌인 ‘까기 버거운 점’을 이렇게 해결했다. 매콤한 양념으로도 가리지 못하는 꽃게살 특유의 향과 맛이 밥에 잘 섞여 숟가락이 쉴 새 없다. 꽃게탕도 있으니 함께 곁들이면 밥이 양푼이라 해도 모자른다. 목포시 백년대로231번길 12.


미락식당 꽃게탕


글ㆍ사진=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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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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