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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찰 부추기는 분리발주] 지역 내 일감 몰아주기로 전락한 '특정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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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1-30 06:00:41   폰트크기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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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수준 '특허'로 일감 몰아주기 

비슷한 자재보다 30% 비싼데도 강요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공사비 부족과 입찰안내서 독소조항으로 인해 유찰을 반복하는 공공공사는 대형 국책사업만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적으로 발주하는 지역형 SOC 사업에서도 유찰 사태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종합평가낙찰제 방식으로 발주된 총 사업비 1조1000억원 규모의 ‘광주도시철도 2호선 2단계 건설사업’이다.

이 사업은 전체 8개 공구 중 2개 공구가 유찰됐으며, 유찰되지 않았던 9공구와 12공구, 14공구는 1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건설사 전부가 예정가격 초과 투찰로 경쟁 구도가 성립하지 않았다. 입찰금액 심사 이후 건설사에 대한 공사수행능력평가 심사는 할 수도 없었던 셈이다.

경기 침체로 일감 가뭄에 시달리는 건설업계가 이 사업을 외면한 가장 큰 이유는 광주광역시가 강제한 ‘특정공법’ 탓이 크다.

‘건설공사 특정공법’이란 일반적인 공법에 비해 경제성, 시공성, 유지관리성, 내구성 등이 우수한 건설신기술 및 특허 등 특정공법을 적용해 시설물의 기능과 성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지난 2015년 처음 도입됐다. 발주처가 실시설계 단계에서 건설신기술 및 특허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발주처 내 설치한 기술자문위원회를 통해 공법을 선정하고, 공사를 발주할 때 건설사에 해당 공법 및 공법에 따른 특허를 적용한 자재를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문제는 ‘특정공법’이 도입 취지를 벗어나 현재는 지역 카르텔에 의해 품질 성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자재가 공사에 사용되도록 강요된다는 점이다. 광주도시철도 건설사업에서는 이미 1단계 때 문제가 됐던 자재인 복공판을 2단계에서도 그대로 사용하도록 강제한 점이 건설사에 ‘독소조항’으로 작용했다.

A건설사 관계자는 “1단계 구간 현장에 나가보면 복공판끼리 결합 부분이 떠 있고, 시가 선정한 복공판이 하도 미끄러워 교통사고도 많이 발생한다”며, “심지어 도로공사용 도료를 강판 위에 바른 후 받은 단순한 특허인데, 비슷한 자재를 다른 데서 구하면 27∼30% 정도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하다. 안 그래도 공사비가 부족한 사업에 이런 말도 안 되는 특정공법을 적용하니 당연히 유찰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지역 내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공사 발주 전에 부랴부랴 취득한 아이디어 수준의 특허를 ‘특정공법’으로 지정해 주다 보니, 건설신기술은 설 자리를 잃은 지 오래다. 2022년 건설신기술 활용 실적은 4022억원으로, 2005년(3720억원) 이래 최저 실적을 기록했다.

건설업계는 단가 상승을 유발하는 특정공법ㆍ스펙ㆍ특허 등의 반영 요구를 최소화하고, 지자체 발주 공사의 경우 중앙기관이 엄격하게 공법 선정 심의를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조달청은 “유형별 표준 입찰안내서를 마련해 독소조항이 반영되지 않도록 계도를 하려 한다”며 “이미 서울시 등에서 특정 스펙 요구를 한 것에 대해 시정 조치를 한 사례도 있다”고 개선 의지를 밝혔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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