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법원이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 에버그란데(헝다)그룹에 대해 청산 명령을 내리자, 1위 업체 컨트리가든(비구이위안)은 물론 금융시장도 공포에 휩싸였다. 헝다의 총부채는 약 2조3900억위안(약 443조5840억원)에 달하는 만큼 국내외 투자자들의 손실이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30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홍콩항셍지수(HSI), 상해종합지수(SCI), 선전종합지수(SZI)는 각각 전일 대비 2.45%, 1.83%, 1.62% 급락한 1만5683, 2830.53, 8442.56으로 마감했다. 우리 증시(KOSPI)도 장 초반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전일 대비 0.07% 내린 2498.81로 마쳤다.
앞서 홍콩에서 헝다의 파산 소식이 알려진 전날 HSI는 약 2년 반 동안 이어진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상승 마감하기도 했으나, 그 파급효과가 퍼진 탓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헝다의 파산이 단기적으로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홍콩 법원의 헝다 그룹 청산 결정의 향후 파장을 우려하는 시각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우선 헝다 사태가 새로운 금융이슈가 아닌 2년 6개월 이상 지속된 이슈라는 점에서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은 일단 제한적일 것이고, 헝다 청산 결정이 중국 본토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중국 본토 법원에서 홍콩 법원의 청산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어서다.
중국 본토 헝다 자회사의 대표를 교체하고 관리 하에 둔다 해도 이미 본토의 자산이 채권자에게 압류되거나 법원에 의해 동결돼 있을 수 있으며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가치가 거의 상실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로이터통신은 예측했다.
박 연구원은 "홍콩 헝다 법인만의 청산으로만 한정될 경우 중국 부동산 부채 리스크는 여전히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커다란 불안 요인으로 올 한해에도 작용할 공산이 높다"며 "본토 헝다 등에 대한 추가 구조조정 조치 없이 또다시 시간을 끄는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면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 불안이 진정되기보다 확산될 위험이 커질 것이고, 글로벌 투자 자금의 탈(脫)중국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솔 기자 real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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