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만지면 사르르 녹고 뭉치면 동그랗게 빚어지는 눈과 놀고 싶어 어서 밖으로 나가자고 조르기 바쁘다. 그런데 아이의 이런 마음과 달리 나는 걱정부터 앞선다. 맨손으로 눈을 만끽하고 싶은 아이에게 ‘직접 만지면 안된다’, ‘장갑을 꼭 껴야 한다’ 등의 여러 다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살고 있는 아파트도 눈 내리기가 무섭게 제설제인 염화칼슘을 대량으로 뿌린다. 염화칼슘 덕에 눈은 빠르게 녹고 길도 미끄럽지 않지만 당장 아이 피부부터 시작해 여러가지 부작용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염화칼슘은 많은 양의 수분을 빨아들일 수 있어 제설에 효과적이다. 칼슘과 염소의 화합물인 염화칼슘은 융해(고체에서 액체로 상전이를 일으키는 물리적 과정)할 때 융해열을 발산한다. 염화칼슘은 1g당 10배가 넘는 습기를 흡수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열을 발산하는 성질이 있어 눈을 제거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염화칼슘으로 녹은 눈의 어는 점은 무려 영하 54.9도까지 떨어져 얼음이 녹은 도로가 쉽게 빙판이 되는 것을 막아준다. 또 도로 위에 얼어있는 얼음을 녹여 미끄러움을 방지하고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간단하고 편리한 만큼 국내에서의 사용량도 엄청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에서 2021년 사이 염화칼슘 사용량은 15만7864톤을 기록했다. 서울시만 해도 지난 2021년과 2022년 제설제 사용량은 각각 4만8492톤과 4만4470톤을 기록하는 등 4만톤을 넘어선 상태다.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제설제 시장 규모는 4200억원 수준이라는 집계도 있다.
그러나 단점도 만만찮다. 염화물계 제설제의 염소 성분은 살충제나 표백제, 세제 등으로 사용될 정도로 반응성과 산화력이 강하고 유독하다. 자동차나 도로변 등의 철 구조물을 쉽게 녹슬게 하고 산소보다 빠르게 강판을 부식시켜 철근 구조물의 내구성에 치명적이다. 겨울철 제설작업이 끝난 도로에서 많이 발생하는 ‘포트홀’도 제설제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자연 환경에도 부정적이다. 지난 2010년 폭설로 많은 제설제를 사용했던 경기도 이천시의 도로변 나무들이 말라 죽는 일이 발생했다. 국립수목원이 100년 이상된 도로 주변의 나무 654그루를 조사한 결과 무려 75.2%의 나무가 고사했거나 고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동물에게도 피해를 준다. 지난 2015년 대전의 유성천에서 염화칼슘으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고, 신발에 묻은 염화칼슘이 말라 사람의 호흡기에 들어가 기관지 염증 등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겨울철 인명 피해와 교통사고 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에서 제설 작업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비염화물계 제설제 등 친환경 제설제 개발과 사용을 적극적으로 고민해 볼 때다.
김경민 기자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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