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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 미만 중대재해법 유예 무산…野 “반대 의견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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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2-01 16:35:22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박흥순 기자] 지난달 27일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확대 적용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유예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은 결국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 9월 중대재해법 개정안 발의 이후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오던 여야는 1일 임시국회 본회의 직전 극적으로 손을 잡는 듯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의 제안을 거부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중소·영세기업인들은 국회 결정에 대해 매우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조만간 중대재해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 제안한 중대재해법 추가 유예안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중대재해법 유예가 무산됐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50인 미만 중처법 유예 불발 규탄 대회’ 모습. /사진:박흥순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일 임시국회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정부여당이 제안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안 수용을 거부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의무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동일한 원인으로 2명 이상의 근로자가 6개월이 넘는 부상을 당한 경우 사업주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법안은 50인 이상 사업장에 2022년 1월 도입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2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지난달 27일 적용됐다.

그동안 중소·영세기업들은 “중대재해법을 준비할 시간과 인력, 자금이 부족했다”며 중대재해법을 재차 유예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1월 31일에는 약 3500명의 중소·영세기업인들이 국회에서 항의하는 시위도 벌였다. 이 자리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더 이상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며 중대재해법의 추가 유예를 촉구했다.

이런 중소기업계 목소리를 뒤로 하고 끊임없이 정쟁을 벌이던 여야는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 이후 소규모 사업장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지난달 31일 부산광역시 기장군의 한 폐알루미늄 수거 처리 업체에서 근로자 1명이 끼임 사고를 당해 운명을 달리했다. 이 사업장의 직원은 10명이 전부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주는 중대재해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같은 날 강원 평창군의 한 축사지붕에서 태양광패널을 설치하던 중국 국적 근로자가 5.6m 아래로 떨어져 생을 마감했다. 이 사업장은 직원이 11명으로 확대 적용된 중대재해법의 적용을 받을 위기에 직면했다.


이정식 장관이 지난 31일 부산광역시 기장군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를 지휘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사업주가 구속되면 이 업체는 폐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나머지 직원들 또한 일자리를 잃게 된다. 고용부 한 관계자는 “정부가 중대재해법 유예를 위해 ‘공포마케팅’을 펼친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었으나 실제로 사업장 폐업, 근로자 실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안타까운 사례”라고 말했다.

수개월동안 평행선을 그리던 여야 협의는 사고 발생 이후 극적으로 진전을 보이는 듯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중대재해법을 뒤로 미루는 대신 야당의 요구 사안인 산업안전청을 2년 뒤에 개청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반대의견이 많다는 이유로 여당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로인해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중대재해법이 그대로 적용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한 산업안전보건청 개청도 없던 일이 됐다.

중대재해법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 기대했던 중소기업계는 ‘앞날이 캄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상흔이 남아있고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에 경기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중대재해법마저 발목을 잡게 돼 기업을 경영하는 어려움이 더해졌다. 진지하게 사업을 접을지 고민해봐야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대표는 “중대재해법이 사망사고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대기업도 대응하기 어려운데 중소기업은 속수무책”이라며 “불법인 줄은 알지만 직원을 5명 이하로 줄이고 법인을 분할하는 편이 더 낫다는 말도 나온다. 국회의 결정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한숨지었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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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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