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제42기계화여단 병사들이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네츠크 전선에서 지뢰 등 폭발물 사용법을 익히고 있다. /AFP·연합 |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이날 취임 후 첫 공개 발언을 통해 “전쟁의 수단과 방법을 바꾸고 지속해서 개선해야 우리가 이 길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의 첫번째 임무는 “명확하고 상세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이 시작됐을 당시 지상군 사령관으로서 수도 키이우를 성공적으로 지켜내는 데 기여한 공로로 우크라이나 최고 영예인 영웅상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 ‘국민영웅’으로 불린 총사령관 발레리 잘루즈니 장군이 전날 경질된 이후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지난해 하반기 대반격 실패 이후 불리해진 전세를 바꿔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일각에서는 시르스키 총사령관 임명이 우크라이나군의 전술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가 추가로 많은 군인을 동원하려던 계획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전에 초점을 맞춘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지난 2년 동안 전장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긍정적인 평가만 받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군 못지않게 우크라이나 군의 피해가 컸던 동부 바흐무트의 전투를 그가 이끌었기 때문이다. 당시 병력 손실에 개의치 않고 전투를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우리 장병의 생명과 안녕은 언제나 우크라이나 군대의 주요 자산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확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잘루즈니의 군부 장악력과 대중적 지지 때문에 이를 견제하려고 대반격의 실패를 빌미로 그를 경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이번 인사 조처에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며 “지난해 지상 작전이 좌절된 이후 군에 쇄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일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잘루즈니 전임 총사령관을 영웅상 수상자로 선정하며 갈등 봉합에 나섰다.
로이터 통신은 “젤렌스키가 영웅상을 수여하기로 한 것은 군 총사령관직에서 경질된 잘루즈니에게 단합과 존경의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국민 여론조사에서 잘루즈니의 신뢰도는 88%에 달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62%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 지도부 교체에 대해 전쟁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며 평가절하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이것이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의 방향을 바꿀 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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