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철근은 지난 2020~2021년 중국이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줄인 데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한 착공 물량이 급증하면서 ‘쇼크’ 수준의 부족 사태를 겪었다. 그 사이 철근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탓에 철근 가격을 놓고 제강업계와 건설업계 간 갈등이 불거졌고, 철근 가격에 대한 제강업계와 건설업계의 미묘한 신경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시멘트는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유연탄 수입이 금지되며 가격이 껑충 뛴 데 이어 환경 규제에 따른 설비 투자와 전기요금 인상 등을 이유로 또다시 급등했다. 시멘트값의 계단식 상승은 시멘트업계와 레미콘·건설업계가 갈등에 휩싸이는 불씨가 됐다.
우여곡절 끝에 시멘트값 인상이 마무리되자, 레미콘업계와 건설업계로 그 불똥이 튀었다.
현재 레미콘업계와 건설업계 간 권역별 레미콘 가격 협상이 진행 중인데, 철근·시멘트보단 레미콘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욱 불안하다. 그도 그럴 것이, 레미콘업계는 협상 테이블 밑에 공급 중단 카드를 숨겨 놓고선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언제든지 카드를 꺼내들 태세다.
실제 광주권이 최근 레미콘 가격 협상 과정에서 공급 중단 사태를 겪었고, 청주권의 경우 공급 중단을 결정했다가 극적으로 철회하기도 했다.
자잿값발 공사비 상승의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건설산업 공급망의 구성원 간 갈등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발주자와 원도급자, 원도급자와 하도급자 간 분쟁의 빌미가 되는가 하면, 재개발·재건축 공사비를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으로 옮겨붙기도 한다.
발주자와 원도급자, 원도급자와 하도급자의 갈등은 중재·소송으로 번지면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 낭비가 불가피하고, 조합과 시공사 간 충돌은 주택 공급과 입주 지연 등으로 인해 국민주거의 불안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자잿값 상승의 엄청난 나비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해법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리더십(Leadership)과 대비되는 ‘팔로워십(Followership)’을 곱씹어볼만 하다.
사전적으로 팔로워십은 리더(지도자)를 능동적으로 따르는 팔로워(추종자)의 능력을 말한다. 그런데 리더와 팔로워의 수직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팔로워십은 자신이 속한 조직, 팀, 무리에서 맡은 역할을 뜻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동업자 정신’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올해 건설경기가 심상치 않다. 대표적인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와 착공이 감소하고, 문을 닫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철근, 시멘트, 레미콘 등 자재시장은 건설시장의 파생수요로, 사실상 건설경기와 운명을 같이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설경기가 꺾이면 자재시장의 동반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발주자와 건설업계, 자재업계 등으로 촘촘히 얽힌 건설산업의 생산체계에서 어느 때보다 팔로워십이 필요한 이유다.
박경남 건설기술부장대우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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