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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심사에 화물ㆍ노선ㆍ슬롯 축소…메가 캐리어 ‘경쟁력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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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2-15 06:40:35   폰트크기 변경      
英ㆍ中ㆍ日ㆍEU 심사과정 슬롯 반납, 마지막 관문 美도 상당한 요구 전망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승인 과정에서 잇단 슬롯 반납 결정에 대해 업계에선 ‘메가 캐리어’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슬롯은 해당 국가에서 운수권을 보유한 항공사가 특정 시간대에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로, 황금시간대에 슬롯을 보유하고 있다면 노선 경쟁력에 있어 우위를 가질 수 있어 항공사의 핵심 자산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EU의 심사를 통과하기 전에도 주요 국가의 심사를 거치며 보유했던 노선의 슬롯을 상당 부분 반납한 바 있다.

영국의 심사과정에서는 양사가 보유한 런던 히스로공항의 주당 17개의 슬롯 중 7개를 영국 항공사인 버진애틀랜틱에 넘기기로 했다. 협소하기로 유명한 히스로공항은 슬롯 확보가 어려운 공항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경쟁당국은 무려 46개의 슬롯을 요구했는데, 이는 코로나 이전 기준 양사가 보유한 중국 노선 슬롯의 30%에 달하는 규모다.

당초 경쟁제한 우려가 크지 않았던 일본에서도 슬롯 반납을 요구했다. 일본 경쟁당국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결합할 경우, 저비용항공사(LCC) 자회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합쳐진 통합 LCC가 출범해 한-일노선에서 시장점유율이 증가하는 것을 견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한항공은 서울 4개노선(서울-오사카ㆍ삿포로ㆍ나고야ㆍ후쿠오카)과 부산 3개노선(부산-오사카ㆍ삿포로ㆍ후쿠오카)에 국적 저비용 항공사를 진입, 항공사들이 해당 구간 운항을 위해 요청할 경우 슬롯을 일부 양도하기로 한 끝에 승인을 얻어낼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마지막 관문인 미국의 승인 과정 역시 상당한 수위의 요구가 쏟아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특히, 미국 법무부(DOJ)는 지난해 미국 1위 LCC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의 결합에 소송을 제기하며 결국 합병을 저지하는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당시 DOJ는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경쟁 제한으로 항공권 가격이 올라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의견을 제출하며 독점에 대한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DOJ는 지난 2014년에도 아메리칸항공과 US에어웨이의 기업결합이 독점금지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소송을 제기, 일부 공항의 노선 슬롯을 매각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따라 아메리칸항공은 워싱턴 레이건공항과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각각 104개, 34개 슬롯을 처분하고, 로스앤젤레스ㆍ시카고ㆍ댈러스ㆍ보스턴ㆍ마이애미 등 5개 공항에서 일부 지상시설도 매각하는 등 시정조치안을 마련한 끝에야 기업결합을 승인받을 수 있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이 소속된 항공동맹 ‘스타얼라이언스’의 파트너인 유나이티드항공이 두 회사의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양사가 합병하면 노선 운항 수에서 대한항공이 속한 항공동맹 ‘스카이팀’에 크게 밀린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볼 때, DOJ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추가적인 슬롯 반납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국이나 중국 등의 심사 과정을 거치며 외항사에 슬롯을 내준 사례가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자국 항공사들이 점유율을 더 가져갈 수 있도록 추가적인 슬롯을 요구할 수 있다”며 “외항사로 슬롯이 넘어가게 될 경우, 국부 유출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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