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은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행정안전부의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
[대한경제=백경민 기자] 행정안전부가 부실 설계ㆍ감리업체에 대한 행정처분을 대폭 강화하기로 한 가운데,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이하 건설기업노조)은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가 추진 중인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개정안은 부실 설계에 따른 입찰참가자격 제한 규정 신설 등을 골자로 한다. 행안부는 시설물의 주요 구조부 등이 부실 설계로 인해 붕괴 또는 보강을 야기하거나 중대재해로 이어졌을 때 최대 13개월 미만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감리업체에 대해서도 부정 시공에 대한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을 경우 입찰참가자격 제한 기간을 대폭 강화한다.
사실상 시장 퇴출 수준의 강력한 제재다. 건설엔지니어링업계는 앞서 다른 법령과의 형평성 및 절차적 위법성 등을 꼬집으며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행안부 홈페이지와 국민참여입법센터에도 이번 개정안 추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건설기업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처벌 조항이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하나, ‘부당한 시공’,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은’ 등 매우 추상적인 문구로 규정돼 이를 근거로 제재가 가해질 경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부실행위에 대한 처분은 그 행위의 책임 정도에 비례해 차등 부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리 업무를 성실하게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1~13개월의 입찰을 제한하는 것은 건설엔지니어링사의 도산과 폐업을 초래할 것”이라며 “40만 건설엔지니어링 노동자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최소 100만명 이상 국민의 생존권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행안부가 부실 설계ㆍ감리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더해졌다. 적정 대가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 처벌 중심의 정책으로는 안전 및 품질을 도모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건설기업노조는 “부실시공에 관련한 근본적인 문제는 적정한 대가가 지급되지 않는 것”이라며 “일부 발주청에서는 사업비 부족을 이유로 감리원의 대가 등급 조정 및 투입 인원 축소 등을 강요하고 있으며, 무리한 설계 변경과 공기 단축을 요구하면서 업무 수행 부실에 대한 모든 책임과 부담을 건설엔지니어링 노동자와 업계에 전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단순히 처벌만을 강화하는 것은 살아있는 불씨를 잠시 덮어놓는 것일 뿐, 근본적인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라며 “적정대가 지급 및 관리ㆍ감독 업무에 관한 제도적, 행정적 지원 등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백경민 기자 w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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