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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쿠바 외교관계 수립…20여년 숙원 ‘北 형제국’과 수교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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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2-15 16:14:59   폰트크기 변경      
“중남미 넘어 글로벌 지평 확대…北은 정치적 타격 불가피”

지난 2016년 6월 5일(현지시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쿠바 컨벤션 궁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이 양국간 첫 공식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한국이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한 미수교국이었던 쿠바와 수교하면서 한국의 외교 지평 확대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국과 쿠바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양국 유엔대표부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5일 용산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수교로 우리나라는 중남미 모든 국가와 수교하게 됐다”며 “대 중남미 외교, 나아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외교 지평이 더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쿠바는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다. 특히 유엔 회원국 중 미수교국은 시리아만 남게 됐다.

이번 수교 성사는 2000년대 초부터 본격 추진돼온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는 평이 외교가에서 나온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쿠바는 190여개국과 수교하고 있고 수도인 하바나에 100개국 이상이 대사관을 운영하고 있는 중남미 거점 국가이다. 비동맹운동 등 제3세계 외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쿠바와의 수교는 정부의 오랜 숙원이자 과제로 꼽혔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쿠바는 핵심 공산주의 국가로 우리 동맹국인 미국의 제재를 받는 국가이자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리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 김대중 정부 시절 쿠바에 첫 수교 제안을 했고, 이어 2008년 이명박 정부도 영사관계 수립을 제안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6년에는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한국 외교부 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해 양국 간 외교장관회의를 갖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층 더 진전됐다. 우리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쿠바와 수교를 위해 물밑 작업과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병행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은 쿠바 측 고위 인사와 3번 접촉했다. 수교 교섭은 주멕시코 대사관을 통해 이뤄졌다. 대사가 직접 쿠바를 방문해 당국자와 협의하고 국ㆍ과장급 실무진들도 여러 차례 쿠바 측과 접촉했다는 전언이다.

특히 지난 2022년부터 쿠바 연료 저장시설 폭발과 폭우, 식량 부족 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마다 우리 정부가 인도적 지원에 나선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12월 하바나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특별전을 여는 등 ‘K-컬처’를 필두로 한 비정치 분야 교류로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평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과 역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과 한류에 따라 쿠바 국민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높아진 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수교 협의는 발표 직전인 지난 설 연휴 기간에 급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사 직전까지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는 등 극비리에 협의가 진행됐다. 쿠바와 ‘형제국’인 북한과의 관계 등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지난 13일 국무회의 당시 양국 수교안이 비공개로 상정, 의결됐는데 외교부 장관을 제외한 국무위원 대부분이 이 안건이 상정되는지조차 몰랐다고 전해졌다.

반면 쿠바와 우방국으로서 오랜 기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북한은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쿠바가 현지 한류 열풍 등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호감을 갖고 있었지만 수교에 선뜻 응하지 못한 이유는 북한과의 관계 때문”이라며 “이번 수교는 (국제 무대의) 역사적 흐름 속에 대세가 누구에게 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이번 수교는 과거 동구권 국가를 포함해 북한과 우호국가였던 대 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며 “쿠바와 정치ㆍ경제적 관계뿐 아니라 문화적 관계를 적극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 확산 이전 우리 국민이 연간 1만4000명가량 쿠바를 방문했다”며 “영사 차원의 지원도 조금 더 면밀히 강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외신들도 수교 발표 직후 발빠르게 보도에 나서는 등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로이터 통신은 과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쿠바 혁명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를 ‘전우’라고 호칭한 사실을 전하며, 북한과 쿠바 간 긴밀한 관계 속에서도 이런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을 부각했다.

AFP통신은 쿠바 싱크탱크인 국제정책연구센터의 2021년 연구자료를 인용해 “최근 몇 년간 한국과 쿠바는 자동차, 전자 제품, 휴대전화 산업에서 중요한 사업 관계를 구축했다”고 짚었다. 또 쿠바 정부는 남북한 갈등에 대해 “항상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선호했다”고 덧붙였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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