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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 칼럼] 홍콩 ELS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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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2-18 17:42:15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주가연계증권(ELS)은 워낙 상품이 다양한데 노낙인(No Knock-in) 지수형 ELS가 이번에 손실이 컸다. 금융위기 때도 ELS는 손실이 나지 않았고, 보통 정기예금보다 조금 높은 수익이다보니 저금리 때 수십번 재가입하는 사람도 많고, 첫 가입하는 경우도 있는 등 사례가 다양하다. 이 정도 대규모 손실이 처음이라고 해서 똑같이 배상하라고 한다면 맞지 않는다.”

“프라이빗뱅커(PB)도 아니고 창구 은행원이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되는 상품을 판다면 권유하기 쉽다. 물론 고객이 오자마자 찾기도 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있더라도 서류나 서명이 아닌 판매자의 충분한 설명으로 고객의 실질적인 인지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VIP 고객의 경우 투자상품 가입시 철저하게 따지는 경향이 강한데 일반 금융소비자도 교육이 필요하다.”

“홍콩H지수와 연계한 ELS 사태 계속 재발하고 있다. 국내에 ELS 판매가 허용된 2003년 이후 세 번째 같은 문제가 터졌다. 금융당국이 사태 발생 후 은행에서 고위험 파생상품 중 ‘지수연계 ELS’는 팔게 했다. 당국의 상시 감시가 작동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금융당국도 관리 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투자자와 금융당국, 법무법인과 은행을 비롯해 자산운용사까지 금융권 얘기를 청취해 보면 ‘3자책임(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은행의 불완전판매 여부-당국의 관리ㆍ감독 부실)’이 모두 거론된다. 이미 은행들은 대형 로펌에 홍콩 ELS 법적 대응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당국이 제대로 된 자율배상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후속적인 법적공방으로 갈 것이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가 높았을 때 금융회사들이 3년 만기로 판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들의 만기가 올 상반기에 대거 돌아오고 있다. H지수는 2021년 2월만 해도 1만2000선을 넘었으나 현재 5500선이다. 이례 없는 대규모 손실인데다 총선을 앞둔 만큼 정부의 고심이 클 것이란 관측이 많다.

게다가 은행에 고위험 ELS 판매를 허용하면서도 금융권의 과당경쟁 부작용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지 않고 파생상품 홍역이 재발하도록 놔둔 금융당국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최근 수익률이 바닥을 헤매는 해외 부동산펀드가 ‘제2의 ELS 사태’가 될 것이란 우려마저 또다시 나오고 있다. 홍콩 ELS 사태가 파생상품 공방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

우선 당국은 판매사가 금융시장의 변동성 리스크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는지, 현장검사에서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여부와 수위를 분명히 가려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수차례 손실 공방이 반복된 가운데, 금융사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선배상을 압박하고 금융사를 징계하는 선에서 사태를 수습하는 것은 미봉책일 뿐이다.

당국은 투자 손실이 났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보상 비율을 주먹구구식으로 정해선 안되며,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유사사례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금소법 시행 후 첫 불거진 이번 사태에서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 확립은 물론, 은행이 파생상품을 취급할 때 취할 실질적인 포지션 등 종합적인 제도개선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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