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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ChatGPT에 건설산업의 전통을 학습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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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3-03 10:35:58   폰트크기 변경      

지난 주말 홍대입구역 부근에 있는 한 피자 전문점에 가게 되었다. 이태리 나폴리식 화덕피자를 판매하는 가게였다. 오랜 전통의 노하우를 현지에서 전수 받은 맛집으로 소문난 핫플이었다. 주문을 하고 가게 안을 둘러보다가 벽에 걸린 액자로 시선이 향했다. 액자 안에는 오래된 사진과 함께 가게의 철학이 적혀 있었다. ‘항상 혁신을 추구하되 나폴리 피자의 역사와 전통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혁신은 과거를 부정하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과격한 접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온고지신(溫故知新) 혁신도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우리 건설산업의 바람직한 전통은 무엇일까?’로 생각이 이어졌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의 ‘진공상태’가 왔다. 그간 대중매체를 통해 건설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을 너무 많이 들어온 부작용인 것 같았다. 생각을 자극하기 위해 만만한 ChatGPT를 상대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을 시도하였고 질문과 답변의 요지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Q1: 대한민국 건설산업이 계승 발전시켜야 할 전통은 무엇입니까?

A1: 고품질과 안전한 건설의 추구, 지속가능성과 환경 보호, 혁신과 기술 발전에 대한 열린 태도입니다.

질문을 조금 바꾸어 보았다.

Q2: 과거 전통 중 대한민국 건설산업의 바람직한 전통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A2: 질 높은 공사 수행, 전문성과 기술력 강화, 신뢰와 투명성, 안전한 작업 환경, 사회 책임과 지역 사회 참여입니다.

하나하나 멋진 전통이다. 그런데 ChatGPT 답변의 전체 문장을 읽어보면 과거에서 현재까지 축적된 전통이 아니라 축적되어야 하는 바람직한 또는 당위적인 전통을 답변한 것이었다. A2 답변으로 예를 들자면, ‘질 높은 공사 수행: 건설 프로젝트의 품질은 항상 최우선 과제여야 합니다.’, ‘신뢰와 투명성: 고객과의 신뢰를 증진하고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대해 투명하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등이었다.

질문을 계속 바꾸며 재시도를 해보았지만 한두 가지 항목이 추가되는 정도였고 이 역시 답변은 축적된 전통보다는 당위적 전통으로 표현되었다. ChatGPT 같은 생성형(Generative) AI는 기존 정보를 바탕으로 학습된 결과를 답변하는 것이 기본 메커니즘이다. 우리 건설산업의 축적된 바람직한 전통에 대한 답변이 미흡하다는 것은 그만큼 축적된 연관 정보가 부족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즉, 바람직하며 계승․발전시켜야 할 건설산업의 전통에 대한 발굴, 논의, 담론, 보도, 사례 등에 대한 ‘기록’이 궁핍했다는 것은 아닐까?

그간의 기록이 궁핍했다면 이제는 그 기록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건설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노력의 출발점이다. 어떤 내용으로 그 기록을 채워갈지는 A1과 A2에 이미 답이 있다. 이 글을 읽는 건설산업 구성원인 독자(讀者)분들에게도 Q1 & Q2 질문을 드리며 고견을 듣고 싶다. 그리고 건설산업 내에서 활발한 담론과 실천이 있었으면 한다.

문득 ‘베테랑’이라는 영화에서 나왔던 명대사가 생각난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부정한 제안을 거부하며 정의로운 형사가 뱉은 대사였다. 지금은 건설산업에 일이 부족해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도 우리 건설산업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으면 좋겠다. “우리가 일이 없지 전통이 없냐!”

건설산업이 ‘맛집’이 되려면 전통이 필요하다. 건설산업의 바람직한 전통을 ChatGPT에 학습시켜 10년 후에는 동일한 질문에 당위적 전통이 아닌 축적된 전통으로 답변을 듣는 꿈을 함께 꾸었으면 좋겠다.


김한수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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