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계측기 품질 인증 게걸음…공사현장 불량품 수두룩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4-03-05 06:14:53   폰트크기 변경      

국내 시판 터널 정밀계측기

5개 중 4개 이상이 불량품

영세 계측업체 비용 부담에

성능검사 제대로 받지 않아

“‘발주자 부담’ 법 개정해야”


숏크리트 응력계 검증장치. /사진: 한국건설계측검교정센터 제공 


[대한경제=서용원 기자]건설계측기기의 공인 시험기관인 한국건설계측검교정센터가 지난해 개소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검증받지 않은 계측기기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계측기기 검증을 위한 수수료 부담을 계측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탓인데, 이에 따라 발주기관이 수수료를 부담해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1월 산하기관 및 주요 공사발주 사업부서에 ‘현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계측기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숙지해 주시길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서울시 등 16개 지자체와 19개 산하기관에 KOLAS(한국인정기구) 인증제품 혹은 공인기관으로부터 이와 동등 이상의 품질을 인증받은 계측기기를 사용하라는 공문을 시달했다. 공사현장에 검증받지 않은 계측기기가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짐에 따라 관리ㆍ감독을 강화하라는 취지다.

검증받지 않은 계측기기 사용 실태는 특히 터널공사에서 두드러졌다. 지난해 7월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터널계측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 시판되는 터널 정밀계측기기 중 80% 이상은 불량으로 드러났다.

건설계측기기 산업은 1980년대초 본격적으로 퍼졌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 지금까지 장기간 계측기기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2021년 말에서야 인증받은 계측기기를 사용하라는 내용이 건설계측공사 표준시방서에 반영되고, 2023년 계측기기 검증을 위한 한국건설계측검교정센터가 개소했다. 국토부는 한국건설계측검교정센터 등에서 검증을 받으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여전히 계측기기 품질 인증을 받는 사례는 더딘 모양새다.

김영배 한국건설계측협회 기술연구소장은 “계측업체에 따르면 서울시 일부 현장에서는 공인기관이 아닌 민간시험검사소에서 인증하는 Q마크도 인정하고 있고, 일부 현장에서는 사용되는 계측기기 중 몇 개만 조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규정을 준수한다”면서도, “공사현장마다 담당 부서가 달라 현실적으로 일괄되게 관리를 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증받지 않은 계측기기가 사용되는 원인으로는 ‘비용’이 꼽힌다. 원청사(시공사)가 계측기기 성능검사 수수료를 상대적으로 영세한 계측업체 등에 부담하고 있어 품질 인증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배 소장은 “성능검사 수수료를 영세한 계측용역업체가 부담하고 있는 실정인데, 불량 계측기기 사용을 근절하려면 발주기관에서 검증 수수료를 부담하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면서 ‘급경사지법’을 사례로 들었다. 현행 급경사지법 제31조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가 수행하는 (계측기기) 성능검사 수수료는 발주ㆍ관리기관이 부담하고, 비용은 설계가격에 별도 반영하도록 돼 있다.

김 소장은 “비용과 같은 현실적인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계측관리를 수행하기 어렵다”며, “하루빨리 ‘계측기기 성능검사 기준에 관한 규정(가칭)’이 제정돼 신뢰성 높은 계측기기가 사용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용원 기자 anton@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건설기술부
서용원 기자
anton@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