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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민 10명 중 6명, “법은 힘 있는 사람 이익 대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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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3-08 06:16:21   폰트크기 변경      
한국법제연구원, ‘2023 국민법의식 실태조사’ 발표

“사회지도층 법 준수 미흡” 40%… 법치주의 ‘장애물’

“법원 판결로 무고한 처벌” 67%… ‘사법 불신’ 여전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은 여전히 ‘법은 힘 있는 사람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법원의 판결로 무고한 처벌을 받는 경우가 있다’는 생각도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 우리 사회의 ‘사법 불신’ 수준도 여전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법제연구원의 이유봉 연구위원이 7일 세종시 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연구성과보고회에서 ‘2023년 국민법의식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한국법제연구원 제공


한국법제연구원(원장 한영수)의 이유봉 연구위원은 7일 세종시 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연구성과보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23년 국민법의식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법제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법제 전문 국책연구기관으로, 국민법의식 조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7번째다. 1991년 첫 조사 이후 2019년부터는 통계청 승인과 함께 2년 단위로 조사가 정례화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8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3400명을 대상으로 조사원이 직접 방문해 태블릿 PC를 이용, 면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법치주의 구현 수준’ 2년 전보다↓

우선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 구현 정도를 묻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응답이 73.5%로 2021년(76.6%)에 비해 3.1%p 하락했다.

반면 응답자 본인이 평소 법을 잘 지키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잘 지킨다’는 응답이 75.1%로 2021년(72.5%)보다 2.6%p 늘었다.

이 연구위원은 “2021년과 달리 개인의 주관적 상황보다 사회적 상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법치주의가 구현되지 않는 이유로는 2019년, 2021년에 이어 이번에도 ‘사회지도층의 법 준수 미흡’ 때문이라는 응답이 40.6%로 가장 많았는데, 2021년보다는 무려 7.8p%나 늘었다. ‘권위주의’ 때문이라는 응답도 25.1%로 2021년에 비해 4.5%p 증가했다.

‘부적절한 법 집행’(22.2%)이나 ‘국민의 법의식 부족’(12.1%) 때문이라는 응답은 2021년보다 각각 5.7%p, 6.3%p 낮아졌다.


그래픽: 한국법제연구원 제공


각종 기관이나 기업ㆍ단체 등이 법을 잘 지키는지 묻는 질문에는 ‘학교’가 82%로 가장 잘 지킨다는 반응을 얻었고 이어 △노동자(79.8%) △행정부(68.7%) △자영업자(68.3%) △법원(67.1%) △경찰(66.3%) △지자체(63.5%) △검찰(59.8%) △노동조합(59.4%) △중소기업(58.5%)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기업(48.3%)과 국회(36.8%)의 경우 부정적인 응답이 더 많았다.

실제 법 집행에 대한 정서(느낌)에 대한 질문에는 ‘법은 분쟁을 해결한다’(65.2%)와 함께 ‘법은 힘 있는 사람의 이익을 대변한다’(64.4%)에 응답자 10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해 높은 공감을 보였다.

반면 △법은 국민의 이익을 대변한다(56.5%) △법은 권력을 통제한다(53.8%) △법은 공정하게 집행된다(52.9%)는 상대적으로 낮은 긍정 반응을 얻었다.

응답자 특성별로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학력이 낮을수록, 지역 규모가 작을수록 법 집행에 대한 긍정 반응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법은 힘 있는 사람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응답은 2021년(60.7%)보다 3.7%p 늘어난 반면, ‘법은 공정하게 집행된다’는 응답은 2021년(53.8%)보다 0.9%p 줄었다.

이 연구위원은 “2021년에 비해 ‘힘 있는 사람의 이익 대변’에 대한 공감은 증가한 반면, ‘공정 집행’ 등에 대한 공감은 하락해 법에 대한 기대와 현실 인식 사이의 격차가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범죄 처벌 수준’ 여전히 “약하다”

범죄 처벌 수준과 관련해서는 2019년, 2021년에 이어 이번에도 전반적으로 ‘약하다’는 의견이 ‘강하다’는 의견보다 절대적으로 많았다.

공무원의 부정부패 관련 범죄와 기업의 탈세 범죄, 환경 훼손 범죄, 성범죄, 마약ㆍ도박ㆍ소년범죄, 아동ㆍ청소년 대상 범죄 등 8개 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의 적절성을 묻는 질문에 환경 훼손 범죄(68.5%)를 제외한 나머지 7개 범죄는 처벌 수준이 약하다는 응답이 모두 70%대(72.7~78.6%)를 기록했다.

특히 소득 100만원 미만 계층과 주관적인 계층 수준이 낮을수록 범죄 처벌 수위에 대한 불만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한국법제연구원 제공


다만 처벌 수준이 ‘약하다’는 응답이 2019년에는 87.2~92.3%, 2021년에는 80.1~90.2%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거의 모든 범죄 유형에서 처벌 수준이 약하다는 응답은 줄어든 반면, 강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 예방을 위해 필요한 사항(중복 응답 가능)으로는 ‘신고자ㆍ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가 54.2%로 가장 많았고 △범죄피해자의 신고의식(52.3%) △일반 시민의 신고의식(51.3%) △가정ㆍ학교에서의 준법교육(42.2%) △관계 당국의 공정한 법 집행 및 처벌(41.1%)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 조성(34%)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연구위원은 “사회집단적 경로로 영향을 주는 요인보다는 범죄 가해자ㆍ피해자의 행위나 상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실질적ㆍ현실적인 요인에 대한 긍정 의견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남성 차별 존재’ 유일하게↑

장애인이나 성적 소수자, 외국인 근로자ㆍ난민, 북한이탈주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전반적으로 ‘차별이 있다’는 응답이 ‘차별이 없다’는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그러나 2019년이나 2021년 조사와 비교했을 땐 ‘차별이 있다’는 응답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차별이 없다’는 응답은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외도 있다. 여성에 대한 차별에 동의하는 응답은 46.8%로 2021년(50.4%)보다 3.6%p 줄어든 반면, 남성에 대한 차별에 동의하는 응답은 32.1%로 2021년(26.8%)보다 오히려 5.2%p 늘어났다.


그래픽: 한국법제연구원 제공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입법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도 전반적으로 ‘필요하다’는 응답이 ‘필요 없다’는 응답보다는 훨씬 많았지만, 2021년 조사 때보다는 ‘필요하다’는 응답이 훨씬 줄어들었다.

특히 △북한이탈주민(-8.7%p) △거주 외국인(-7.9%p) △장애인(-6.9%p) △성적 소수자(-5.9%p) △양성 평등(-5.4%p)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노동 이슈와 관련해서는 ‘정리해고는 쉽게 하면 안 된다’는 응답이 79.9%로 가장 많았고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상향해야 한다(68.4%) △노동자의 근로시간은 단축해야 한다(67%) △공무원ㆍ교사의 단체행동권은 필요하다(66%) 등의 순으로 긍정 응답이 많았다.

반면 ‘비정규직보호법은 비정규직을 잘 보호하고 있다’는 54.6%, ‘노사관계법은 잘 지켜지고 있다’는 58.2%로 긍정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법치주의 인식지수, 사법부>행정부>입법부 순

기본권과 입법부ㆍ행정부ㆍ사법부에 대한 대국민 인식을 조사한 법치주의 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57.51점이 나왔다.

기본권에 대한 인식지수가 65.23점으로 가장 높게 나온 반면, 사법부는 60.17점, 행정부는 55.03점, 입법부는 49.59점 순으로 비교적 낮게 나왔다.

그나마 2019년(행정부 48.3점, 입법부 38.44점, 사법부 54.29점)이나 2021년(행정부 53.14점, 입법부 48.07점, 사법부 57.94점) 조사 때보다는 점수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기본권에 대한 인식지수의 경우 △종교의 자유(73.39점)와 △투표권 보장(70.4점)이 높은 점수를 얻은 반면 △근로3권의 보장(59.52점) △공정한 재판(61.06점)은 비교적 점수가 낮았다.


그래픽: 한국법제연구원 제공


행정부에 대한 인식지수에서는 △공무원은 공익을 추구한다(57.47점) △정부 정책에 대해 국민 감시가 잘 이뤄지고 있다(55.46점) 등이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공무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하지 않는다(53.76점) △공무원은 법 위반 시 합당한 처벌을 받는다(53.81점)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입법부의 경우 ‘국회는 법률안에 관한 정보를 국민에게 잘 공개하고 있다’(54.21점) 등은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국회의원은 권한을 남용하지 않는다(44.85점) △국회의원은 국익을 잘 대변하고 있다(45.71점) △국회의원은 국가 전체를 위해 일한다(47.71점) △국회의원의 헌법상 특권은 적절한 수준이다(49.63점) 등 여러 항목이 50점 미만을 기록했다.

사법부는 ‘국민참여재판은 확대돼야 한다’가 67.52점으로 가장 높은 반면 △법관의 재판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53.97점) △법관의 재판은 국민 여론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56.6점)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국민 여론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58.04점) 등은 비교적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특히 ‘법관의 재판은 외부의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한 1468명을 대상으로 재판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물어본 결과 ‘사법행정권ㆍ법원 내 상급자’가 74.6%로 가장 많았고 △국회 및 국회의원(70.3%) △대통령ㆍ행정부(66%) △기업(43.2%) △언론(38.7%) △시민단체(16.2%) 등이 뒤를 이었다.

사법행정권과 같은 내부적 요인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입법부나 행정부 등 외부 입김도 재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형사ㆍ사법과 관련된 질문에는 ‘법원의 판결로 무고한 처벌을 받는 경우가 있다’는 응답이 67.5%로 가장 많았다.

‘구속ㆍ불구속 기준이 공평하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응답이 58.3%, 아니라는 응답이 41.7%였고, ‘보석 제도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운영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응답이 51.4%, 아니라는 응답이 48.6%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합당한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응답은 66.7%, ‘모든 형사피고인은 공정한 재판을 받는다’는 응답은 66.4%, ‘형사사건이 신속ㆍ효율적으로 처리된다’는 응답은 64%를 기록했다.

아울러 본인이나 주변 지인 중 재판 관련 경험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경험 없다’는 응답이 93%로 압도적으로 많아 여전히 재판 경험이 일상생활에서 흔치 않은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 관련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나머지 7%(239명)를 대상으로 법률 서비스 수준을 평가한 결과 ‘우수하다’는 응답이 69.8%로 긍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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