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대경ㆍ건산연 공동기획] 4ㆍ10총선 ‘건설혁신’ 공약 바란다 ②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4-03-11 06:40:15   폰트크기 변경      
<2부> 영원한 숙제, “공사비 현실화”

[대한경제=정석한 기자] 적정공사비 확보는 건설업계의 오래된 화두다. 특히 최근엔 원자잿값 급등,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공공공사의 경우 유찰이 급증하고, 민간공사는 발주가 취소ㆍ지연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적정공사비 확보의 시급성이 커지고 있다.

<대한경제>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공사비 부족 문제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사업단계별로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라이프사이클(Life Cycle, 전 생애)에 걸쳐 현실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내다봤다. 제시된 방안들이 향후 공약에 반영돼 시설물의 최종 사용자인 국민의 피해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설계 이전 단계 - 비과학적 예산산정 프로세스 바꿔야

시설물의 전체적인 총 사업비를 구성하는 단계다. 크게 건설보상비, 공사비, 설계비, 감리ㆍ시설부대비, 예비비 등으로 이뤄진다. 각 부문별 예산을 산정하는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

신축의 경우 현재 조달청이 공동주택ㆍ단독주택을 제외한 건축법상 15개 유형에 대해서 공사비 정보(단위공사비 등)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올해 조달청이 확대 시행하고자 하는 도로공사 및 하천ㆍ항만공사 외 전체 공공공사 시설물 유형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개보수ㆍ철거의 경우 서울시에서 마련한 공공건축물 건립을 위한 공사비 책정 가이드라인을 고도화해 전 발주기관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물가상승으로 인한 발주기관과 건설업계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총사업비관리지침을 개정해 물가상승분 인정 범위를 GDP 디플레이터와 건설공사비 지수 상승분까지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 타당성 재조사 요건을 완화하되, 예타 과정에서 미반영된 법정경비와 정부지침 증가분은 총사업비 증가분에서 제외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 타당성, 예비 타당성, 타당성 조사 등 사업기획 단계부터 발주기관이 사업 통과나 예산증액 회피를 위해 사업비를 과소 계상하는 관행과 이를 뒷받침하는 부족한 업무 지침 및 사업비 산정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초기 단계부터 과소 사업비 계상은 오히려 사업의 진행과 시설물 품질은 물론 안전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반드시 개선돼야 할 것이다.

▲설계 단계 - 공사비 산정에 외주 줄이고, 과학적 설계대가 산정

시설물의 뼈대가 되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을 진행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 설계대가 산정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해 건설현장 특수성과 공종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현실과 괴리된 설계대가가 만연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관련 업무의 대부분을 (토목ㆍ건축과 상관 없이) 외주화하고 있어 전문성과 책임감이 결여되고 있다. 설계대가 산정 시 외주(하도급)를 금지하거나, 혹은 외주를 하더라도 역량을 갖춘 하도급자를 선정하거나 적정 대가를 지급 유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건설공사 하도급 적정성 심사(예정가격 64%, 원도급대가 84% 미달 시 별도 적정성 심사 시행)와 유사한 제도를 설계용역의 원ㆍ하도급 거래관계에서도 마련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론 목표 공사비 관리를 위한 다양한 선진 건설관리 기법이 활용될 수 있는 책임형 CM, 프로젝트 통합발주체계(IPD, Integrated Project Delivery) 등 적용 확대를 위해 해당 발주유형의 적용을 확대하고 기타 계약특례의 신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중 IPD는 기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 단계를 분리해 단계별로 다른 계약자가 수행하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프로젝트 수행과 참여자 구성, 프로젝트 운영을 처음부터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설계 단계의 공사비 확보는 물론 생산성 하락과 공기 지연과 품질, 그리고 프로젝트 참여자 간 이해 상충 등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다.

아울러 공공공사의 경우 적격심사제와 종합심사낙찰제ㆍ기술형 입찰에서 감액 중심의 낙찰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대표적으로 적격심사제에서는 가격평가 산식에 의거해 낙찰하한율이 통제돼 있고, 입찰공고 시에도 총 금액과 물량내역서만 공개하면서 발주기관이 예산 부족을 핑계로 임시적으로 공사비를 삭감하면 대처가 어렵다.

최근 안전ㆍ환경 규제 강화 등 건설환경 변화에 따라 일부 제비율을 상향했지만, 일반관리비의 경우 30년간 상한이 제한돼 있고, 간접노무비 부족도 여전한 실정이다.

법과 예규를 통해 공사비 산정기준이 상대적으로 상세히 규정돼 있는 공공공사와 달리, 민간공사는 이 같은 장치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원가계산에 의한 방식과 면적당 공사비 산정 방식 등을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 또 발주기관이 정정공사비를 산정ㆍ지급할 책무가 없다는 점에서 감액 산정이 만연해 개선이 필요하다.

▲발주 단계 - 발주자 책임 강화, 현장 상황 맞춘 공사비 책정

공사비 산정에 있어 발주자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건설기술진흥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을 개정해 발주기관의 적정공기ㆍ공사비 지급과 관련한 내용을 신설, 입찰공고 시나 공사계약 전에 사전 관리ㆍ감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발주기관의 불공정계약에 대한 사건 검토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미 사전규격 공개, 기술위원회 운영을 통해 입찰안내서 검토를 시행하고 있지만 불공정계약 내용에 대한 모니터링은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별도 심의위원회를 꾸려 입찰안내서 검토를 진행하게 하거나, 표준입찰안내서를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부 발주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자체 품ㆍ단가를 기준을 활용하면서 감액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에 계약법에서 규정 중인 원가계산에 의한 방식에 따른 금액과 차이가 난다면, 조달청에 사전 원가검토 의뢰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형 입찰에서 유찰을 방지하기 위해 설계보상비도 상향 조정도 검토해야 한다. 현재 기술형 입찰 참여 독려를 위해 탈락자에 설계보상비를 지급하거나, 제안서 보상비를 지급하고 있지만 현실에 못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다.

건산연이 2023년 진행한 표본조사 결과에 의하면 2000억원 이상의 턴키에서는 공사비의 2.5% 이상이 제안설계비로 소요된다. 그리고 1000억원 이상에서는 이 비율이 3.5%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현재 보상비 비율이 최대 2%에 불과해 거듭되고 있는 유찰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기술형 입찰의 유형별로 1%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본형 건축비와 표준 건축비도 현실에 맞출 필요가 있다. 기본형 건축비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공동주택에서 국토부가 고시하는 건축비를 의미하며, 표준 건축비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시에 최초 보증금ㆍ임대료를 상한하고 분양전환가격도 정하는 데 사용한다.

하지만 기본형 건축비는 6개월마다 고시되고 있지만 현실 실거래가와 차이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표준 건축비는 정기적으로 고시되는 기준조차 없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시공 단계 - 장기계속계약 공기연장 가이드라인 필요

시공 단계에서는 장기계속계약공사에서 공기연장과 이에 따른 공사비 지급이 가장 큰 문제다.

정부는 2018년 후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에 따라 공사기간이 연장되면 추가 간접비 지급을 의무화하는 등 장치 마련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예산 부족에 따른 총 공사기간 연장이 일상화하면서 현장관리 상주인건비, 가설임차료 등 추가비용이 커지고 있다.

현행 공기연장 시 비용은 계약 당사자 간 합의와 실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조정금액만을 요령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즉 설계변경과 같이 일정 요율을 적용해 곧바로 조정금액을 산정하지 않는 것이다.

또 공사기간 연장이 발주자의 귀책이라고도 볼 수 없다는 점을 들어 계약상대자(건설업체)가 제시한 비용의 10∼30% 범위 내에서 일방적으로 감액하고 있다.

게다가 계약차수별 공백기엔 계약상대자에겐 선의의 원칙에 따른 현장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발주기관에서는 구체적인 지급근거가 부재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설계변경과 공기연장이 겹치는 경우 공기연장 비용을 미지급하거나, 공사를 일부만 정지하는 경우 비용을 미지급하고, 장기계속계약공사의 마지막 차수엔 공기연장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등 문제가 많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기획재정부는 공기연장 비용 지급을 놓고 의견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점에서 장기계속계약에서 공기연장 비용을 놓고 구체적인 산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15년 공사일시중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구체적 사례를 기반으로 해 발주기관과 계약상대자의 혼선과 불필요한 분쟁 발생을 막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산연 공동기획 참여자>

전영준 미래산업정책연구실 실장


정석한 기자 jobize@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경제부
정석한 기자
jobize@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