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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사유 없는데 다른 보험사가 대신 지급한 보험금… 대법 “고객에 반환청구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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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3-10 11:55:32   폰트크기 변경      
“보험사들 간에 내부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여러 보험에 중복 가입된 고객에게 업무상 관례 등에 따라 보험금을 먼저 지급한 뒤 보험사들끼리 자체적으로 이를 분담했다면 나중에 보험급 지급 사유가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고객에게 보험금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이 A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군 복무 중이던 2017년 6월 군용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중 운전병의 과실로 일어난 교통사고로 경추 탈구 등 상해를 입은 뒤 삼성화재해상보험에 보험사고를 접수했다.

삼성화재는 업무상 관례와 ‘자동차보험 구상금분쟁심의에 관한 상호협정’에 따라 자신들의 부담 부분 4000만원에 현대해상의 부담 부분 4000만원까지 합쳐 모두 8000만원의 보험금을 A씨에게 지급했다. 당시 A씨의 부친과 모친은 각각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의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는데, 각 보험계약에는 자녀까지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를 보상하는 특약이 포함돼 있었다.

이후 삼성화재는 중복보험자인 현대해상에 자신들의 부담 부분에 대한 구상금을 청구했고, 현대해상은 삼성화재에 4000만원을 지급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현대해상의 보험 특약에는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배상의무자가 있는 경우에 보험금 지급의무가 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A씨의 사고에는 배상의무자가 없다 보니 현대해상에 보험금 지급 사유가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는 A씨가 사고 당시 군인이라 보훈보상자법상 재해부상군경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 뿐,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국가배상법 제2조 1항 단서는 ‘군인이 전투ㆍ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해 공상을 입은 경우 본인이나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 등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해상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그러자 현대해상은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는데도 보험금을 잘못 지급했다”며 A씨에게 부당이득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반면 A씨는 “보험금을 지급한 것은 현대해상이 아니라 삼성화재”라며 “보험금 지급 사유가 없다고 해도 현대해상이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며 맞섰다.

1ㆍ2심은 현대해상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화재가 직접 보험금을 지급하긴 했지만, 현대해상의 업무를 대신 이행한 것에 불과해 현대해상이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현대해상과 A씨 사이에는 보험금 지급 관계가 성립하지 않아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며 1ㆍ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A씨는 삼성화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현대해상에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았고, 그때까지 A씨와 현대해상 사이에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의사 연락이 있었다는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며 “삼성화재가 A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그 중 4000만원은 현대해상의 부담부분에 해당하고, 현대해상을 대신해 이를 지급한다’고 표시했거나, A씨가 그렇게 인식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삼성화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은 이후에야 현대해상에 다시 보험사고 접수를 했는데, 이는 A씨가 현대해상의 부담부분에 상응하는 보험금을 삼성화재로부터 대신 지급받았다고는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특히 대법원은 “중복보험자는 각자 보험금액 안에서 피보험자에게 보험금 전액에 관하여 부진정연대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고, 피보험자는 각 보험자에게 보험금 전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보험자의 보험금 지급은 피보험자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채무를 변제하는 것”이라며 “그 이후 이뤄지는 다른 보험자의 부담부분에 관한 구상은 중복보험자 간에 내부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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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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