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2일 이혼 소송 2심 첫 재판에 나란히 출석했다.
두 사람이 이혼 소송과 관련해 법원에 함께 나온 것은 이번이 2번째로, 2018년 1월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조정 절차 이후 6년여 만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 연합뉴스 |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이날 오후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 직접 나왔다.
재판 시작 10여 분 전 법원에 도착한 노 관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최 회장 역시 5분 뒤 대리인들과 함께 법정으로 향했다.
이혼 소송은 당사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통상 비공개 재판으로 진행된다. 게다가 가사 소송은 당사자의 출석 의무가 없어 법정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노 관장은 지난해 11월 2심 첫 변론준비기일에도 법정에 직접 나와 “30여 년간의 결혼 생활이 이렇게 막을 내려 참담하다”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는 다음 달 16일 2차 변론기일을 끝으로 심리를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지정하기로 했다.
앞서 최 회장과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인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88년 청와대에서 결혼해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러나 결혼 27년만인 2015년 최 회장은 ‘혼외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노 관장과 이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2017년 7월 최 회장은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노 관장과 합의에 이르지 못해 소송까지 번졌다.
1심에서 최대 쟁점은 1조원대 SK 주식 분할이었다. 이혼에 반대하던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며 맞소송을 내면서 위자료 3억원과 함께 최 회장이 갖고 있는 SK 주식 중 50%인 648만7736주를 달라고 요구했다.
노 관장의 요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최 회장의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게 돼 SK그룹의 지배 구조가 흔들릴 수도 있었던 만큼, 1심 판결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1심은 노 관장이 최 회장을 상대로 낸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함께 재산 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SK 주식 분할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 관장이 SK 주식의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 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려워 이를 ‘특유재산’으로 판단하고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현행법상 부부 중 한쪽이 상속이나 증여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노 관장과 최 회장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특히 노 관장은 2심에서 1심 당시 요구했던 재산 분할 형태를 주식에서 현금으로 변경하고, 금액도 2조원대로 올렸다.
이와 함께 노 관장은 최 회장의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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