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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고 큰 땅을 가볍고 유연하게...토지·건물 플랫폼 '밸류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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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3-13 15:47:46   폰트크기 변경      
[스타트업 스토리] ① 토지·건물 플랫폼 '밸류맵'

토지·건물 플랫폼 '밸류맵' 애플리케이션 화면 모습./사진=밸류맵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부동산 시장에 ‘찐(진짜) 부자’는 땅 부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주택보다는 땅을 가진 사람이 자산가라는 뜻이다. 땅은 아파트보다 거래 규모가 크고 정보도 많지 않아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만 거래하기 때문이다.

토지·건물 플랫폼 ‘밸류맵’은 이런 땅의 속성을 가볍고 유연하게 만들어 주는 플랫폼이다. 거래 정보부터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땅 활용까지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며 토지·건물을 쉽게 유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밸류맵도 여느 프롭테크(Proptech·부동산+기술) 업체와 비슷하게 수요자에게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초기에는 상업용 부동산 가치평가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부 과제를 수행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밸류맵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10년대 후반 부동산 실거래 정보를 공개하는 호갱노노·직방·다방 같은 프롭테크 업체들이 등장했을 때다. 2017년 밸류맵은 지도 위에 토지와 건물 정보를 표시하고 누구나 볼 수 있는 사이트를 구축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사이트에 등록된 정보를 바탕으로 위치를 찾고 정보를 분석한다. ‘밸류맵(지도)’이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나왔다.

'밸류맵'의 인공지능(AI) 건축설계 예시 이미지./사진=밸류맵

약 7년이 흐른 지금 밸류맵은 단순 거래를 넘어 땅을 어떻게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지 다방면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보자. 밸류맵의 고객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세대는 40대 남성이다. 이들은 부모님으로부터 부동산을 상속받을 나이가 됐다.

그러나 상속받은 부동산은 대부분 수도권 주택보다는 비수도권의 고향 땅이 많다. 수도권에 살고 있어 활용하지도 못하는 자투리땅을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는 경우가 많다.

밸류맵은 이런 유휴토지의 활용도를 극대화해준다. 소유주 등록을 통해 땅을 매입할 사람을 찾기도 하고, 인공지능(AI) 건축설계를 통해 이 땅에 어떤 건물을 지으면 좋을지 수익성을 따져볼 수도 있다. 현재 1만여명이 소유주로 등록돼 있다.

AI 건축설계는 토지 소유주가 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다양한 답안지를 제시한다. 이른바 AI가 해주는 가설계다.

소유주가 정보를 입력하면 조건에 따라 해당 토지에 주택·상가·오피스텔 등 건물을 그려 보여준다. 소유주는 이 중 최적의 용도를 선택하면 된다. 본격적인 설계에 들어가기 전 상담하는 과정에서 주로 사용되기도 한다.
부동산 STO(토큰증권발행) 과정 예시도./사진=밸류맵

최근 밸류맵은 토큰증권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 시장에 뛰어들었다. STO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와 비슷하다. 리츠처럼 부동산이라는 무거운 자산을 유동화하는 기법이라는 측면에서는 같다.

다만 리츠는 일종의 부동산 투자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절차나 요건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규모가 큰 자산을 리츠로 편입하다 보니 유동화도 쉽지 않다.

반면 STO는 더 쉽게 자산을 유동화할 수 있다. 부동산을 기초 자산으로 토큰증권을 발행하고 이에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자는 적은 금액으로 분할 투자를 할 수 있다. 부동산간접투자 방식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밸류맵은 플랫폼에 등록된 소유주와 투자자 사이에서 자산 유동화를 돕는다. 소유주가 토큰으로 발행하고자 하는 자산이 있을 경우 부동산 가치를 측정해 발행가액을 평가하고 STO로 발행해 공모할지 정할 수 있다.

STO 시장이 활성화되면 자산의 유동화도 더 쉬워질 것이란 게 김범진 밸류맵 대표의 전망이다. 예를 들어 1000억원 규모의 빌딩이 있으면 이 중 100억원은 STO를 발행하고, 300억원은 리츠에 편입시키고, 나머지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자산 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기업에게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밸류맵을 통해 자산을 쉽게 매각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기술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공개를 앞둔 오픈스페이스(OPEN SPACE)는 모듈러 주택을 활용해 ‘내 집 짓기’의 꿈을 실현시켜 주는 프로젝트다. 에어비앤비처럼 숙소 대신 땅을 빌려준다고 볼 수 있다.

밸류맵에 등록된 토지 소유주가 땅을 빌려주면, 내 집을 지어보고 싶었던 수요자는 이 땅에 모듈러 주택을 지을 수 있다. 계약 기간에는 가구를 갖춘 풀퍼니시드(Full Furnished)로 살아볼 수 있다. 돈을 들여 건물을 짓는 건 부담이고 땅을 놀리는 것도 아까운 소유주는 땅을 활용할 수 있고, 섣불리 집 짓기에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 수요자는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이 프로젝트를 ‘라이프 모빌리티(Life Mobility)’라고 부른다. 마치 자동차를 빌려 쓰는 것처럼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땅을 빌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토지를 유통하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우리 모두 언젠가 땅을 사서 나만의 집을 짓는다는 꿈을 갖고 있지만 실현하는 건 어렵다”며 “그런데 노는 땅은 넘치니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요와 공급의 비대칭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김 대표는 모든 솔루션은 “다 도구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AI 건축설계도 결국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우리는 부동산 유통 과정에 다양한 도구를 계속 넣어주며 궁극적인 거래 자동화를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는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좋은 땅이 많은데 ‘소유권’에 갇혀 있다”며 “이용자가 땅을 등록하기만 하면 모든 유통 과정이 자동화할 수 있는 ‘자동화의 경험’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진주 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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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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