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박흥순 기자] 전국 건설현장의 일용직 근로자 수가 4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0년대 초반 한 때 200만명을 넘었고 1998년 IMF 외환위기 때도 150만명대를 유지했던 일용직 건설근로자가 90만명 미만으로 감소했다. 계속된 건설ㆍ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업계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서민 고용안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뜻이다.
1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현장 일용근로자 수는 87만7000명으로 1984년 2월 86만9000명이후 처음 90만명 이하를 기록했다. 2023년 2월 105만4000명과 비교하면 1년만에 17만7000명(16.8%)이나 줄어든 수준이다.
일용직 건설근로자 수는 지난해 9월 103만5000명을 기록한 이후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7월 일용직 근로자 수가 98만4000명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그나마 줄곧 100만명 이상은 유지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100만명 미만으로 떨어진 뒤 감소 폭을 키우고 있다. 고금리, 원자잿값 인상, 부동산경기 위축 등 악재가 겹치면서 건설시장이 얼어 붙은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위축으로 인한 건설경기 한파로 지난 2월 일용직 근로자 수가 40년만에 9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사진:연합뉴스 |
일용직은 고용계약 기간이 한달 미만이거나 일당제로 돈을 받고 취업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건설업의 경우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되는 산업의 특성상 일용직의 비중이 높다. 하나의 프로젝트, 하나의 공종이 완료되면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데다 현장의 날씨나 계절에 따라 작업환경이 변하기 때문에 고정된 인력보다는 유연하게 인력을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용직 근로자 감소는 부동산시장 위축으로 인한 건설업황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1~2월이라는 계절적인 요인도 작용해 건설업계 일자리가 더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건설업계의 상황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1월 국내 건설 수주는 공공과 민간이 크게 위축되면서 전년 동월 대비 49.0% 줄었다. 특히 민간의 경우 모든 공종에서 수주가 감소해 1월 실적으로는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건설 투자, 건설 기성 등이 모두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부동산 경기, PF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해소해야 반등할 여력이 생기는데 이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정부가 건설공사 활성화를 위해 공공공사 발주를 하려 노력하는 만큼 상황은 조금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공사물량의 60~70%가 민간에서 이뤄지는 만큼 민간 시장이 위축되면 업황 부진과 고용 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