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계열사 동원한 ‘덤핑수주’...종심제 결국 탈났다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4-03-15 05:00:12   폰트크기 변경      

실행률 악화로 경쟁률 떨어지자
LH 노후 공공임대 리모델링 공사
게열사 동원 균형가격 맞춰 수주
운찰제 보다 못한 입찰제로 전락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박한 공사비에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의 ‘운찰제’ 성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실행률 악화로 경쟁률이 떨어지다 보니 특정 건설사가 계열사를 동원해 균형가격을 맞춰 수주하는 사례가 나온 것으로, 이를 지켜보는 발주기관과 건설업계의 근심은 깊어졌다.

1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최근 개찰한 종심제 방식의 ‘2023년 노후공임 리모델링 공사 9권역(대구 경북)’에서 계열사를 동원한 A토건이 종합심사 1순위를 차지했다.

이번 입찰에서 A토건의 예정가격 대비 투찰률은 89.869%, A건설은 89.876%, B건설은 90.538%, C건설은 94.842%를 각각 기록했다. 현행 종심제 기준에 따르면 이처럼 입찰자가 10개 미만인 경우에는 최저가를 써낸 A토건과 상위 50% 이상에 해당하는 B건설과 C건설은 균형가격 산정 대상에서 제외한다.

단, 이처럼 균형가격이 예가 대비 88% 이상인 경우에는 입찰금액 심사 만점사 중 최저가 투찰자가 종합심사 1순위에 앉는다.

그러나 A토건과 A건설은 모두 입찰금액 만점이고 A토건이 A건설의 계열사이기 때문에 양사의 순위 다툼은 의미가 없다. 양사 중 어디라도 종합심사 1순위가 나오게 투찰한 셈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자 LH는 당황한 모습이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으나, 계열사를 동원한 건설사들의 택지 입찰 사태로 한 차례 내홍을 겪다 보니 같은 수법이 반복되는 상황이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건설업계 반응은 다르다. 처음부터 공사비가 현실적으로 책정됐다면 평균 25개사 이상이 경쟁하는 종심제에서 이같이 4곳만 참여하는 일이 빚어질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계열사를 동원해 입찰가를 붙여 계단식으로 투찰하면 이른바 ‘무적 입찰’이 나오지만 ‘담합’이라고 볼 수 없다”며 “애초 실행률이 나빠 기피하는 입찰에 덤핑 투찰이 나온 것으로, 오히려 LH는 고맙다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또 향후 이같이 계열사를 동원해 균형가격을 ‘맞추는’ 행태가 잦아질 것으로 우려하는 모습이다. 최근 조달청 발주에서도 낙찰자 윤곽이 사전에 드러난 상태로 입찰이 진행되는 일이 종종 있었던 탓이다.

특히 오는 6월까지 조달청의 한시적인 종심제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생략으로 지역 중소건설사를 들러리로 동원한 일부 건설사들의 균형가격 ‘맞추기’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높다.

대형 건설사 담당자는 “PQ 참여사가 20개사 미만인 경우 계열사를 동원해 균형가격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균형가격 산정 시, 상ㆍ하위 동일한 비율로 입찰가격을 배제해야 한다”며 “특히 예가 88% 이상이면 최저가 투찰사에 낙찰권을 주는 현행 규정은 요즘 같은 시기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 중소기업들은 (계열사 동원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도 받지 않아 이처럼 문제가 불거져도 수습이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건설산업부
최지희 기자
jh606@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