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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총선·의료 전쟁, 관건은 명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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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3-18 08:56:17   폰트크기 변경      

4.10 총선을 20여 일 앞둔 여·야의 각축전이 치열하다. 의대 증원에서 비롯된 정부·의료업계의 투쟁이 도를 넘었다. 전쟁 같은 상황이다. 전쟁은 승자독식의 싸움이고 혹독한 뒷감당을 초래한다. 심사숙고해서 벌이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


전쟁의 기술을 담고 있는 손자병법(孫子兵法)을 보니 시계편(始計篇)에 승리요건으로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 5가지를 강조한다. 첫 번째의 도(道)는 국민이 함께하는(道者令民與上同意也) 명분을 말한다. 총선·의료 전쟁은 같은 시기(天)에 동일 여건(地)에서 대표급 인물(將)의 주도로 나름의 시스템(法)에 따라 치러지고 있다. 관건은 명분이다. 정치의 주인은 국민이다. 누구나 아플 수 있으니 전 국민이 잠재적 의료고객이다. 국민이 지지하는 명분이 있는가.

총선에 대비한 여·야 공천에 사심만 가득하고 혁신은 안 보인다. 민주당 공천의 특징은 ‘친명횡재·비명횡사’다. 친이재명계 의원의 약진이 돋보인다. 반발하는 비명계도 떳떳하지 못하다. 지난 2년 동안 이재명 대표는 당을 자신의 사법리스크 방탄 수단으로 활용했다.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연고도 없는 곳에 출마했고 당헌·당규를 고쳐서 대표 경선에 나섰다.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도 번복했다. 침묵하다가 왜 이제 서야 “나도 속았다”며 분기탱천하는가. 국민의힘 공천의 키워드는 현역불패다. 96명 중 66명(70%)이 현역의원이다. 혁신도 잡음도 없는 조용한 공천이다. 민주당 탈당 의원의 합류로 불편한 실상이 덮였다.

범죄혐의자의 국회 진출이 우려된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사건으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창당을 주도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 형을 받은 황운하 의원이 합류했다. 국회가 범죄혐의자의 도피처인가.

전문가·약자를 배려하는 비례대표제가 악용되고 있다.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공천에서 반미·친북 성향의 진보당·새진보연합·연합정치시민회의가 각각 추천한 3·3·4명이 당선권에 배치됐다. 한미훈련반대·유엔사해체를 주장하고 사드 배치를 반대한 인사가 국회의원이 되면 안보 관련 자료를 열람·요구할 수 있다. 국회가 국가전복 세력의 아지트인가.

지지할 명분이 없다. 국민의 각성이 요구된다. 총선 결과는 어떨까. 실망에 젖은 국민을 덜 좌절시키는 쪽이 간신히 이긴다. 확실히 이기려면 사즉필생(死卽必生)의 자세로 국민 마음을 쫓아야 한다.

정부·의료업계가 한 달째 대치하고 있다. 의료업계는 의대 2000명 증원 정책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고 장담하며 전공의 파업과 사직서 제출에 돌입했다. 경각을 다투는 위급환자는 응급실을 찾아 뺑뺑이를 돌며 절규했다. 전공의·전임의에 이어 의대 교수도 반발에 나섰다. 병원에 남아 환자를 돌보는 전공의를 비난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사회적 약자의 집단행동이 저항이다. 강자로 군림해 온 의사의 단체행동은 폭력이다. 단호히 대처하는 대통령 지지율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교수직 사퇴와 삭발이 무슨 상관인가. 사퇴해도 의사이고 머리는 다시 자란다. 제때 조치를 못 받으면 사그라지는 환자 목숨은 돌아올 수 없다. 물고기는 물과 싸우지 않는다. 부아가 치민다고 물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는다. 환자를 등진 의사는 존재가치가 없다.

정부는 장기전을 채비하며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대형병원에 군의관·공중보건의를 투입했다. 정부도 위기관리 시험대에 놓여 있다. 무리한 요구에 굴복하면 안 되지만 대화는 해야 한다. 물밑 작업에 나서야 한다. 10년 후에 부족한 의사 1만 명을 말하면서 지금 현장을 떠나는 의사·의대생 2만 명을 간과하면 안 된다. 국민 뜻을 헤아려서 의료업계를 설득해야 한다.

당장은 목소리 큰 세력이 세상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궁극적 실상은 그렇지 않다. 똑똑한 사람이 이해관계 계산기를 두드려 얻은 결과를 세상은 수용하지 않는다. 역사를 관통하는 불변원칙은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료업계는 편협한 내면에서 벗어나 세상을 지배하는 보편적 원리를 따라야 한다. 때늦은 후회는 참혹하다.


김인호 前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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