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데스크칼럼] 돈맥경화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4-03-18 06:00:24   폰트크기 변경      


최근 국내는 물론 해외 자본시장에서도 유동성은 나름 풍부한데,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부동산에 돈줄이 막히면서 특정 자산에만 뭉칫돈이 쏠리고, 이로 인한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의 대표격인 비트코인 가격과 금값이 한꺼번에 급등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비트코인은 전 보다는 덜하나 여전히 일부에선 ‘사기’라는 의심을 받는 위험자산 중 하나다.

반대로 금은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이런 이종의 자산에 동시에 돈이 몰리는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금리를 가장 큰 이유로 지목한다.

고금리가 수년간 지속되면서 막혀있던 수요가 금리인하 기대감을 표출하면서 양방향으로 쏠렸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전망이 썩 밝지 않다는 점과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승인을 계기로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점, 그리고 달러화 강세가 약화됐다는 점 등도 이런 이상 현상의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국내 상황만 보면, 총론에선 비슷하지만 각론에선 차이가 난다는 분석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주식시장이다.

미국와 일본, 유럽 주요국의 경우에는 비트코인과 급값과 더불어 증시도 연일 최고가 행진을 이어왔다.

물론 각국도 차익실현 등으로 인해 조정을 받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10년 가까이 박스권(2300∼2600)에 갇혀 있는 우리 증시와는 비할 바가 아니다.

지난 1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란 부양책이 예고된 후 약 한달 간 상승세를 보였지만, 25일 종가만 놓고 보면 2월26일 밸류업 1차 발표는 일말의 효과조차 없었다.

‘왜?’ 라는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중국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경제는 수출의존도가 매우 큰데, 최대 교역국가인 중국과의 관계가 과거와 같지 않고 중국경제 전반이 부진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밸류업은 장기적인 과제로 봐야하고 금이나 비트코인 등에 쏠린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되면, 효과는 나타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단, 전제는 또다른 자산시장이 부동산 시장에서도 돈이 제대로 돌아야 한다는 점이다.

건설업계는 이와 관련, 우리나라는 지금 부동산쪽에서 돈이 돌지 않아 여타 자산시장에도 왜곡이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도 그럴것이 부동산시장은 지난해부터 1년 넘게 극심한 침체에 빠져있다.

각종 대책에도 매매 등 거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고,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 속에 신규 투자도 사실상 맥이 끊겨 버렸다.

이런 가운데 건설업계의 수주마저 급감하면서 중소업체부터 도산하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정부가 결국 건설투자 보강방안을 내놓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자의든 타이든, 주택 등 부동산은 아직까지 최대의 자산인데 여기부터 돈줄이 막히니 증시나 가상자산, 금시장 등의 왜곡도 더 심해지는 형국이다.

투기는 막아야 하나 거래는 살려야 한다. 건설투자 활성화와 더불어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돈이 돌아야 자산시장에 왜곡을 막고 소비도 살릴 수 있다, 그리고 소비가 살아나야 떨어진 우리경제의 체력도 회복할 수 있다.

봉승권 기자 skbo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