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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 칼럼] 금융과 건설의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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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3-19 18:10:41   폰트크기 변경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부동산 호황기엔 괜찮다. 그러나 부동산 침체기가 되면 금융과 건설은 ‘갑을(甲乙)관계’를 따지며 삐거덕거리기 시작한다. 최근 한 포럼에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 금융권도 책임져라”란 발언을 했다. 4월 총선 이후 위기설 속 ‘자금줄’을 쥔 금융회사와 건설사 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박 장관은 “지금 시장에선 금융사가 갑, 건설사는 을이다. 프로젝트가 잘못돼도 시공사 책임준공 등으로 건설사가 모든 리스크를 떠안는다. 금융권은 책임을 건설사에 지워놓고 고리의 이자뿐 아니라 1~2%의 금융중개 수수료도 받아 간다. 프로젝트의 수익성과 타당성을 엄격히 따져 돈을 빌려주고, (사업성 분석에 따른)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회사도 결국 ‘브릿지론’이 ‘본PF’로 연결이 돼야 대출금 회수가 가능해진다. 금융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 PF는 사업의 수익성을 담보로 하는 일종의 ‘담보대출’이다. 수천억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아파트 등 부동산 개발사업 시 아파트 분양과 입주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때의 기대 수익이 담보로 설정된다.

우리나라 부동산 PF는 시행사가 총사업비의 5~10%만 투입한 채 나머지는 금융권의 대출에 의존한다. 건설업계가 금융권에 바라는 것은 여러 가지다. PF 대출금리 인하를 비롯해 과거 건설 경기가 좋았을 때 금융회사가 받아온 각종 수수료 문제를 개선해 달란 요청 등이다. 태영건설도 부동산 PF 대출의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1년여전인 지난해 4월, 전 금융권으로 확대된 ‘부동산 PF 대주단 자율협약’에서 대주단(채권단)은 우선 만기연장 요건을 완화해 돈줄이 마른 시행사ㆍ시공사에 숨통을 터줬다. 그러나 지난해 부실이 올해로 이연되고, 협약을 통해 사업성이 떨어져도 만기연장을 하면서 협약이 부실 연장의 수단이 되자 1년여가 지난 지금 금융당국의 입장은 보다 강경해졌다.

금융당국은 부실 PF사업장의 신속한 정리를 유도하기 위해 부동산 PF사업장에 대한 경ㆍ공매 고삐를 죄고 있다. 정부 주도로 PF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가 진행 중이지만 그 기준이 모호하단 지적도 많아 더 고민이 필요하다. PF사업장 옥석가리기가 건설ㆍ부동산 경기 등 실물경제에 최소한의 영향을 주려면, 공적보증을 확대하려는 국토교통부와 대출문턱을 높이려는 금융당국 간 조율이 먼저 필요하다. 

금융과 건설은 서로 맞물리는 ‘톱니’다. 건설사가 망하면 금융사도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다. 금융권이 위험요인이 사라질 때까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이유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오는 21일 개최하는 금융지주ㆍ금융협회ㆍ건설협회 회장과 건설사, 금융사 대표가 모인 간담회에서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금융당국이 ‘질서있는 정리’에 나서면서 건설현장은 더욱 자금줄이 말라버린 게 현실이다. 금융권은 ‘돈맥경화’ 지원책을 강구하고, 시행사도 PF 사업의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등 건전성 제고와 함께 해외건설 등 돌파구를 찾을 때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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