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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금 반환 법률 소송은?… ‘AI’에게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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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3-20 17:32:27   폰트크기 변경      

‘대륙아주’ 국내로펌 최초 도입
토종 AI ‘하이퍼클로바X’ 기반
언제 어디서나 즉문즉답 서비스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 “대여금을 받기 위해 형사 고소와 민사소송 중 어떤 절차를 취해야 할까요?”(질문자)

“돈을 갚지 않는 행위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며, 이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형사 고소를 하더라도 채무자가 사기죄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면 수사기관은 무혐의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민사소송을 제기해 대여금 반환을 청구하는 게 적절합니다.”(AI 챗봇)


“원래부터 돈을 갚지 않을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나요?”(질문자)

“채무자가 처음부터 돈을 갚지 않을 목적으로 돈을 빌렸다면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경찰에 신고해 형사 고소를 진행하는 게 좋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민사소송에서도 유리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채무자가 돈을 빌릴 당시 변제능력이나 변제의사가 없었음을 증명해야 하므로 증거 수집 및 분석이 필요합니다.”(AI 챗봇)


이처럼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언제 어디서나 쉽게 법률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법무법인 대륙아주(대표변호사 이규철)는 20일 네이버클라우드(대표이사 김유원), 넥서스AI(대표이사 이재원)와 3자 업무협약을 맺고 법률 Q&A 챗봇인 ‘AI 대륙아주’ 서비스를 시작했다.


리걸테크 기업이 아닌 국내 로펌 가운데 AI를 기반으로 한 법률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대륙아주가 처음이다.


(왼쪽부터) 이재원 넥서스AI 대표이사와 이규철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이사가 20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동훈타워 대륙아주 대회의실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대륙아주 제공


‘AI 대륙아주’는 대륙아주가 그동안 축적한 법률데이터를 기초로, LLM(초거대 언어모델) 기반의 리걸테크 벤처기업인 넥서스AI가 네이버의 ‘토종’ 초대규모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개발했다.

모바일과 PC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즉문즉답(卽問卽答)’ 형식의 법률상담이 가능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민사ㆍ형사ㆍ가사ㆍ행정 등 모든 분야의 법률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비대면 방식이라 사소하거나 다소 부끄러운 문제도 쉽게 상담할 수 있다.

실제로 AI 대륙아주는 이날 시연에서 대여금 반환을 비롯해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 음주운전 재범, 수사 중 해외 출국, 음란물 유포 등 각종 민ㆍ형사 문제에 대해 거의 정확한 답변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다만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최대 5번까지만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제한을 걸어뒀다.  질문이 5번을 넘어가면 잘못된 답변을 내놓는 이른바 ‘환각(Hallucination)’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넥서스AI의 이재원 대표는 “최종 테스트 결과 100점 만점 중 88점이 나왔다”며 “100개의 질문 중 12개는 틀린 답을 내놨고, 88개 중에서도 23개는 다소 완성도가 낮은 답변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챗봇이 내놓는 답변 마지막에는 매번 “정확한 법률적 판단을 위해 변호사와 상담을 추천한다”는 문구가 뒤따랐다.


그는 “현재 전체 목표의 10% 수준으로, 지속적인 데이터 학습과 성능 개량 등을 거쳐 완성도를 더 높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넥서스AI의 이재원 대표이사가 20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동훈타워 대륙아주 대회의실에서 법률 Q&A 챗봇인 ‘AI 대륙아주’를 시연하고 있다. 이승윤 기자 leesy@


이규철 대표변호사는 이날 환영사를 통해 “최고의 법률 지식과 실무 경험을 가진 로펌과 이러한 지식과 경험을 기술적으로 구현해 줄 수 있는 테크 기업이 협력해 만들어낸 진정한 의미의 리걸테크”라며 “테크 기업과 법조계의 상생을 도모하는 ‘선도적 상생 모델’로 평가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AI에 대한 기대뿐만 아니라 우려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현행법상 문제의 소지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대한변호사협회 등 유관기관과 충실히 협의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이사도 “생성형 AI의 확산과 함께 최근 하이퍼클로바X를 도입하려는 서비스나 파트너들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며 “AI가 다양한 분야에 적용돼 서비스 혁신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기술 고도화에 힘쓰겠다”고 했다.

리걸테크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국내외 업체들의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리걸테크 시장은 2021년 276억달러(약 36조원)에서 2027년 356억달러(약 47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기준으로 전 세계 리걸테크 기업은 8228곳에 이른다. 미국에만 도큐사인(Docusign), 피스컬노트(FiscalNote) 등 3215개의 리걸테크 기업이 있다.

미국 리걸테크 1위 업체인 렉시스넥시스는 법률전문 AI 솔루션인 ‘렉시스플러스 AI(Lexis+ AI)’를 우리나라에 공식 출시했다. 대부분 전문이 공개되는 미국 판례 등 방대한 법률 데이터를 학습해온 덕분에 답변의 완결성이 높고 환각 증상도 적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리걸테크 기업이 40여 개 수준으로 규모 면에서 열세다. 하지만 최근 생성형 AI 관련 서비스를 쏟아내며 본격적인 리걸테크 시장 개방에 대비하고 있다.


인텔리콘은 지난해 5월 AI 상담 솔루션 ‘로(Law) GPT’를 출시했다. 로앤굿도 같은 달 챗GPT를 활용한 AI 법률상담 서비스 ‘로앤봇’을 공개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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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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