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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사실 아냐" 거듭 부인한 이종섭…공수처와 신경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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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3-21 19:02:22   폰트크기 변경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 

국방부 장관 시절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귀국함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의 신경전도 본격화했다.

특히 이 대사가 귀국 인터뷰에서 '잘못이 없으므로 하루빨리 조사받고 혐의를 벗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힘에 따라, 출국금지까지 하면서 이 대사를 수사해 온 공수처는 혐의 입증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대사는 정부 회의 참석을 위해 이날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면서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렸다"며 "체류하는 동안 공수처와 일정이 조율이 잘 되어서 조사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채상병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적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이 대사의 변호인도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군에 수사권이 없어 수사외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며 "수사외압은 정치적 프레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공수처는 이 대사가 채상병 사건에 외압을 행사한 정황이 짙다고 의심한다.

공수처는 지난해 12월 이 대사를 출국 금지 조치했고, 올해 1월 국방부를 압수수색 할 때는 영장에 여러 차례 이 대사를 피의자로 적시했다.

단순히 고발이 접수돼 이 대사를 수사하는 게 아니라 공수처도 잠정적으로나마 범죄가 의심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이 대사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피혐의자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하고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도록 하는 등 "축소 수사에 관여했다"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부하들이 항명 사건 군검찰 조사에서 '사단장 등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장관 지시사항을 당시 전해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도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이에 더해 일각에서 제기된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도 규명하겠다는 것이 공수처의 입장이다. 이를 위해 이 대사의 통화내역 등을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같은 의심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직권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 대사 측의 주장에 반박할 정교한 법리를 다듬는 동시에 주요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사실관계를 치밀하게 재구성해야 한다.

여전히 압수물 포렌식 작업 단계에 머물러 있는 공수처로서는 모두 만만찮은 과제다.

이런 가운데 수사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는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사 측은 이날 공수처에 모든 국내 일정을 공개하고 소환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의 임명이 '피의자 도피성'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공수처의 늦은 수사가 문제였다는 프레임을 강화하기 위한 여권의 수사 촉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지자 프랑스에서 귀국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처럼 이 대사가 공수처에 자진 출석해 소환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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