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짜고치는 SOQ](2) 안전진단용역 규모는 커지는데…설 자리 잃는 전문업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4-03-28 05:00:15   폰트크기 변경      
기준 없이 시설물만 늘려 SOQ 발주 행태 반복…“전관 놀이터 전락” 비아냥



[대한경제=백경민 기자] 건설기술진흥법에는 2억원 이상 정밀점검 또는 정말안전진단 용역에 SOQ(기술인평가서)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PQ(사업수행능력)와 종합심사낙찰제의 중간급 입찰제도로, 기술인의 특별한 경험과 기술력을 요하거나 복합공종 및 지반조건 등 현장 여건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때 적용된다.

하지만 발주기관별로 입찰에 나선 안전진단용역을 보면 이같은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의문인 지점이 존재한다. 관련 규정에 명시된 내용과는 달리 대체로 10억원을 기준으로 그 이상은 SOQ, 그 이하는 PQ 방식을 단순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입찰 일정을 마무리한 한국도로공사의 2024년 구조물 정밀안전진단 및 성능평가 용역은 총 20개로 나눠 발주돼 14개는 SOQ, 6개는 PQ 방식을 택했다. 일례로 수도권 일대는 수도권제1순환선과 제2경인선, 서해안선을 묶어 28억원 규모 SOQ로 발주했지만, 수도권제1순환선 일부는 또 따로 빼 9억9000만원 규모의 PQ 방식으로 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최근 발주된 국가철도공단의 2024년도 제2차 시설물 정밀안전진단 및 성능평가 용역도 마찬가지다. 총 5개 권역별로 SOQ를 적용한 가운데, 수도권과 충청, 영남, 호남권역은 PQ로도 함께 발주됐다. 대체로 SOQ는 대상 시설물 수가 많은 만큼 27~38억원 규모였고, PQ는 모두 10억원 이하였다.

안전진단용역에 포함되는 시설물 수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현재로서는 발주처의 재량에 따라 많게는 수백개에 달하는 시설물을 포함시켜 규모를 키운 뒤 SOQ로 발주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지난해 도로공사는 용역 당 16~133개에 달하는 시설물을 포함시켰다. 설계금액은 최대 50억원에 육박했다. 철도공단은 용역 당 최대 29개 시설물을 한데 묶은 것으로 나타났고, 설계금액은 30억원 안팎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발주기관별로 SOQ를 적용하는 타당한 기준이 없다”며 “대부분 일반시설물 위주로, 특별한 기술력은커녕 단순히 규모만 키워 발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발주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른 발주처도 마찬가지겠지만, 건진법의 기준을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부 방침에 따라 SOQ를 발주한다”며 “건진법 기준대로 하면 모든 안전진단용역에 SOQ를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인력에 한계가 있고 계약 건이 많으면 비효율적인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안전진단용역 규모가 커질수록 업계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종합엔지니어링사가 그 틈을 파고들면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어서다.

특히 SOQ에 따른 주관적인 평가 요소가 사실상 수주의 향방을 가르면서 발주기관 출신 전관을 보유하지 않고서는 경쟁할 수 없는 구조가 돼 버렸다는 지적 일색이다.

앞서 언급된 도로공사의 안전진단용역만 보더라도 대다수 전관을 거느린 업체가 한자리씩 꿰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관련 SOQ 평가위원 9명 중 6명이 도로공사 임직원인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란 비아냥까지 들릴 정도다.

영세한 규모로 운영되는 안전진단 전문업체로서는 발주 규모를 키워 SOQ 방식을 확대하는 데 따른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 안전진단업체 대표는 “입찰 공고가 나기도 전에 전관을 중심으로 각자 수주 물량을 나누고, 실제 입찰에서도 그와 일치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깊은 자괴감이 들었다”며 “전관이 없는 안전진단업체는 사실상 SOQ 방식의 사업 수주가 불가한 상황에 도산하거나 종합엔지니어링사의 하도급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백경민 기자 wiss@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건설산업부
백경민 기자
wiss@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