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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차등 인상 後①] 산업용, 주택용보다 15원 비싸졌다...高전력 산업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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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3-25 06:00:21   폰트크기 변경      

올 1월 산업용 전기료 173.5원 vs 주택용 158.4원
작년 전기료 3.9원 ‘역전 현상’ 이후 격차 더 벌어져
삼성전자 작년 전기료 3조 지출...현대제철 올해 1조 예상


태양광 패널 뒤에 설치된 송전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세상은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을 따른다. 전기료 인상에 따른 국민적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료만 ‘핀셋 인상’한 정부 결정은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고(高)전력 산업의 비용 부담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이러한 비용 부담은 생산 원가에 얹혀지고, 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충당) 등 대외적인 환경 변화에 더해 급작스러운 전기요금 인상에 산업계는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24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산업용 전기 평균 판매단가는 ㎾h당 173.5원으로, 주택용 158.4원보다 15.1원 비쌌다. 지난해 연평균 판매단가가 산업용 153.7원, 주택용 149.8원로 3.9원 차이 났는데, 이 격차가 더 벌어진 셈이다.


주택용ㆍ산업용ㆍ농업용 등 현재의 용도별 전기요금 체계는 1973년 10월 석유파동 이후 도입됐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 등을 이유로 산업용 전기는 저렴하게 공급했다. 값싼 전기료는 제조업체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며 원가 경쟁력을 키운 배경이 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산업용 전기의 저가 공급 기조는 이어졌다. 2000년 기준 산업용 전기요금(58.3원/㎾h)은 주택용(107.3원/㎾h)의 절반에 불과했고, 2010년에도 산업용은 주택용보다 ㎾h당 43.3원 저렴했다.



이후 9ㆍ15 순환정전 등을 겪으며 전기요금 현실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 격차는 좁혀지기 시작했다. 순환정전 이듬해인 2012년 산업용과 주택용의 격차는 ㎾h당 30.9원으로 줄더니 2014년 18.3원, 2016년 14.4원으로 줄었고, 급기야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에는 산업용이 주택용보다 1.6원 비싼 역전현상이 처음으로 나타났다. 2020년부터 다시 주택용이 비싸졌지만, 4년 만에 역전현상이 되풀이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표심과 직결된 주택용보다 산업용을 집중적으로 손을 본 결과다. 실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주택용 전기요금이 39.6% 오른 데 반해 산업용은 무려 163.6%나 올랐다. 전기요금 인상을 놓고 전 정권을 탓했던 윤석열 정부도 2023년 11월 산업용 중에서도 대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을) 전기요금만 평균 10.6원 인상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기업들에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반도체, 철강 등 전력 다소비 업종에는 직격탄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전력요금으로 3조원을 지불한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에는 산업용(을)의 인상으로 같은 전략사용량을 유지해도 2700억원가량을 추가 부담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021년 전기요금으로 1조7460억원(전력사용량 1만8412GWh)을 납부했는데, 3년 사이에 약 2배를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전기로를 사용하는 현대제철도 부담은 상당하다. 전기요금 1원이 오를 때마다 연간 원가부담은 100억원 상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제철이 2021년 국내 납부한 전기요금은 6740억원(전력사용량 7038GWh)으로, 올해에는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저렴했고 이를 원가 수준으로 현실화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너무 급격한 상승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이 원가에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급작스러운 전기요금 상승은 한국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내부 라인 모습./ 사진:삼성전자


문제는 앞으로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중장기적으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저렴하게 공급받아 원가 항목에서 비중이 작았던 전기요금이 앞으로는 주요 변수를 넘어 상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창호 가천대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는 “전기요금 인상은 제철소나 석유화학, 시멘트 등 원가 비중이 높은 업종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는 정부의 정책이 계속되면 장기적으로는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구조에 대한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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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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