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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캠 녹음 내용 제3자에게 보냈더라도… 대법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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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3-24 10:15:20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자신이 설치한 홈캠(가정용 CCTV)에 자동 녹음된 다른 사람들의 대화 내용을 들은 뒤 이를 제3자에게 보냈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5월 아파트 거실에 설치된 홈캠에 자동으로 녹음된 남편과 시부모 등의 대화 내용을 들은 뒤 녹음 파일을 시누이에게 보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주말부부였던 A씨와 남편은 2020년 12월 말쯤부터 남편의 외박ㆍ유흥 문제로 관계가 악화돼 별거했고 이후 이혼소송을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남편이 A씨를 고소했기 때문이었다. 홈캠은 A씨와 남편이 합의해 설치한 것이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ㆍ청취하거나 그 내용을 공개ㆍ누설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상~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처벌된다.

하지만 1ㆍ2심은 A씨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홈캠은 A씨가 남편의 동의를 받아 설치했을 뿐만 아니라, 대화 내용도 별도의 조작 없이 자동으로 녹음된 만큼 A씨에게 일부러 녹음했거나 녹음을 하려는 고의가 없었다는 이유다.

대법원도 “종료된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해 듣는 행위도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1항의 ‘청취’에 포함시키는 해석은 청취를 녹음과 별도 행위로 규율하는 제3조 1항에 비춰 불필요하거나, 타인 간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엿듣는 행위를 의미하는 ‘청취’의 범위를 너무 넓혀 금지 및 처벌의 대상을 과도하게 확장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위법한 녹음주체가 그 녹음물을 청취하는 경우에는 그 위법한 녹음을 금지 및 처벌대상으로 삼으면 충분하고, 녹음에 사후적으로 수반되는 청취를 별도의 금지 및 처벌대상으로 삼을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A씨가 남편의 자동차에서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빼온 혐의(자동차 수색)에 대해서도 앞서 1ㆍ2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됐다. 남편의 부정행위를 확인하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서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A씨가 남편의 휴대전화에 위치 추적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무단으로 위치정보를 수집한 혐의(위치정보법 위반)는 유죄 판단을 받았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남편의 부정행위를 확인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감안해 벌금형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범행이 가벼운 피고인에게 2년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대신 특별한 사고 없이 지내면 처벌을 면제하는 일종의 ‘선처’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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