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데 최근 몇 년간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레퍼토리가 있다. 바로 미래 인재에 대한 이야기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젊은피가 수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건설산업의 고령화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십수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4년 37.5세였던 건설기술인 평균 연령은 지난해 3분기 50.8세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건설기술인 97만6860명 가운데 50대 이상이 36.3%(35만5271명)를 차지했다. 반면 40대 미만은 12.3%(12만625명)에 불과했다.
기능인력도 마찬가지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건설업 전체 취업자 211만7000명 가운데 55∼79세 취업자는 78만7000명(37.1%)나 됐다. 2013년 같은 연령대 취업자가 41만5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저출산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건설산업에 대한 젊은 층의 기피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대책이 없었던 건 아니다. 급기야 학교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된 취업연계형 프로그램까지 가동하고 있다. 그래도 건축ㆍ토목은 대학 인기학과 순위에서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묘책은 없는 것일까. 얼마 전 만난 박철 한국건설교통신기술협회 회장은 ‘가치소비’라는 단어로 단초를 제시했다.
그는 “요즘 MZ세대로 대변되는 젊은이들은 자신이 필요한 물건에는 아무리 비싸다 해도 지갑을 연다. 백만원이 훌쩍 넘는 스마트폰이나 브랜드 명품이 젊은층 사이에서도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떠올려보라. 또한, MZ세대는 조금 비싸도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기업의 제품을 구입한다”면서, “출산장려책에서 보듯, 단순한 퍼주기식 지원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건설산업에도 젊은층의 흥미와 관심을 유도하는 가치소비가 요구되며, 그것은 바로 기술혁신에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
사실 건설산업은 그동안 물량 중심으로 전개됐다. 얼마나 많이 수주해 이윤을 남는지가 중요했고, 이는 몇 십년 동안 이어져왔다. 건설업의 디지털화가 농업보다 뒤처졌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다행히 최근 들어 스마트건설기술이라는 이름을 달고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BIM(건설정보모델링)을 필두로 OSC(탈현장건설), 건설자동화, 디지털센싱, 스마트안전, 빅데이터ㆍ플랫폼 등 건설 전 과정에 걸쳐 기술혁신이 태동되면서 관련 스타트업도 생겨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민관이 함께 하는 ‘스마트건설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단기간에 반등하진 않겠지만, 부디 스마트건설기술이 위기의 건설산업에 구원투수가 되길 빈다.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 건설산업을 방치하기엔 너무 아깝다.
건설기술부장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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