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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조사 제대로 않은 채 재산세 부과… 대법 “당연 무효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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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3-31 11:27:55   폰트크기 변경      
세율 낮은 목장에 일반토지 세율 매겨… “취소만 가능”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과세당국이 토지 현황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재산세 등 세금을 잘못 부과했더라도 ‘중대ㆍ명백한 하자’로 볼 수 없다면 당연 무효가 아닌 취소 사유에 불과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제주시와 국가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한화는 제주시 애월읍의 목장용지 7필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목장으로 쓰진 않았다. 지방세법상 목장용지는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분리과세 대상인 반면, 과세당국은 해당 토지를 일반 토지처럼 합산과세 대상으로 보고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한화가 2013년부터 축사를 짓고 실제로 말을 기르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제주시가 토지 현황에 대한 조사 없이 해당 토지를 계속 합산과세 대상이라고 보고 높은 세율을 적용해 2014∼2018년 재산세 등 7000여만원을 징수했기 때문이었다.

영등포세무서도 제주시의 과세자료를 토대로 해당 토지를 합산과세 대상으로 보고 종합부동산세 등으로 3억여원을 징수했다. 이에 한화 측은 잘못 낸 세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는 과세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당연 무효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ㆍ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토지 현황에 대한 조사가 없었더라도 그 자체로 명백한 하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토지 지목이 목장용지라거나 토지에 축사가 있고 말이 사육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토지가 분리과세 대상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이유였다.

반면 2심은 한화 측의 손을 들어줬다. 제주시가 세금을 부과하기 전에 법령에 따라 토지 현황을 조사했다면 해당 토지가 분리과세 대상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는데도 이전 과세자료에만 의존해 과세처분을 한 만큼 중대ㆍ명백한 하자가 맞다는 게 2심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과세관청이 조세를 부과하고자 할 때는 해당 조세법규가 규정하는 조사방법에 따라 얻은 정확한 근거에 바탕을 두어 세액을 산출해야 하며, 이러한 조사방법 등을 완전히 무시하고 막연한 방법으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부과했다면 하자가 중대ㆍ명백해 당연 무효”라면서도 “단순한 과세대상의 오인, 조사방법의 잘못된 선택 등의 위법이 있음에 그치는 경우에는 취소사유로 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중대ㆍ명백하지 않은 하자가 있는 과세처분은 당연 무효가 아니라, 취소 소송을 제기해 세금을 환급받아야 하는 취소 사유에 불과하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그러면서 “이 사건 토지는 합산과세 대상으로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어 하자가 외관상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며 “설령 각 부과처분 과정에서 조사에 일부 미진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조사방법 등을 완전히 무시하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막연한 방법으로 세액을 결정, 부과한 것과 같은 중대ㆍ명백한 하자로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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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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