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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회장님의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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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4-04 13:15:52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내로남불’은 이 말이 의미하는 ‘위선’의 심리학적 요인을 그대로 담고 있다. 1971년, 미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은 위선의 이유를 인지 오류에서 찾았다. 인간은 문제 상황에서 이유를 찾는데, 최대한 에너지를 덜 쓰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오류가 생긴다. 어떤 일이 생긴 이유가 자기 자신인 것을 받아 들이고 반성하는데도 정신적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리처드 니스벳은 남 탓을 할 때는 상대의 기질을 트집 잡고, 나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 핑계를 댄다고 분석했다. 그러니 나는 로맨스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을 뿐이라며 방어하고 다른 사람은 부도덕해서 그럴 줄 알았다고 혀를 차는 것이다.

로맨스든 불륜이든 개인의 감정 문제니 만인이 손가락질할 자격은 없지만, 이 경우는 좀 다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바라보는 롯데 임직원들의 이야기다. 신 회장은 지난해 롯데지주와 6개 계열사에서 212억81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2022년보다 12.5%나 늘었다. 지주에서 가장 많은 64억4900만원을 받았고, 실적이 악화된 롯데케미칼(38억3000만원)과 롯데쇼핑(19억원)에서도 살뜰하게 보수를 챙겼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이 11% 줄었고 347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14조5559억원으로 5.9% 줄었다. 영업이익은 5084억원으로 31.6% 늘었는데, 1년동안 직원이 1047명 줄었고 3∼4년간 마트 14개점과 가전양판점 96개가 문을 닫으면서 비용이 덜 든 영향이다.

신 회장은 신년사나 VCM(옛 사장단 회의) 등 공식적인 메시지를 통해 일관되게 그룹의 문제를 진단할 때는 환경을 거론했다. 사드 보복에 따른 위기가 수습되기 전에 펜데믹이 터졌고, 엔데믹 즈음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국이 화학굴기를 일으켰다. 인공지능, 메타버스가 등장하며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임직원의 태도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강력히 실행해 달라”는 말은 머뭇거리는 조직원들의 기질을 향한 질타다.

모든 회사의 리더가 실적 악화를 두고 내로남불 하지 않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7년째 보수를 받지 않았고,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한 때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지만 지난해 살림살이가 나빠져 절반만 받았다. 본능적으로 뇌가 일으키는 귀인 오류도 바로잡은 이런 태도가‘리더십’이다. 롯데의 임직원들 또한 회장님의 내로남불이 아닌 리더십을 보고 싶을 것이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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