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20년 5월 완공한‘대심도 빗물터널’인 양천구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의 모습. / 사진: 연합 |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연초 기술형 입찰 유찰 사태에 불을 지폈던 서울시의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건설공사 3건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수의계약 전환 수순을 밟았다.
3일 조달청은‘강남역 일대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건설공사(추정가격 4086억원)’, ‘광화문 일대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건설공사(2498억원)’, ‘도림천 일대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건설공사(추정가격 3874억원)’을 재공고하며 수의계약 전환의 마지막 절차를 밟았다.
이번 사업은 2022년 8월 기록적인 폭우로 강남역 일대를 중심으로 대규모 침수피해가 발생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중점 추진 사업으로 꼽히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총사업비 심의를 거치는 단계에서 공사비 14.5%가 일방적으로 축소되며, 부족한 공사비 탓에 모든 건설사가 입찰 보이콧을 택해 작년에 이어 연초 두 차례 유찰됐다.
부족한 공사비로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물복지 인프라 사업이 중단되자 기획재정부의 총사업비관리 업무 처리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고, 그 흐름을 타 서울시는 기재부에 다시 한번 공사비 원안 통과를 요청했다.
기재부 역시 여론을 의식해 예외적으로 조속히 총사업비 인상 검토를 마치고 원안 그대로 승인해 주며 지난 3월 초 3차 발주를 진행할 수 있었다.
공사비가 다시 원상회복되자, 응찰 건설사가 나타났다.
강남역 사업에는 코오롱글로벌이 지분 60%를 확보해, 대우건설(30%) 및 고덕종합건설(10%)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이어 광화문 사업에는 DL이앤씨(지분 61%)가 대표사를 맡았고, 계룡건설(20%) 및 대저건설(7%), 대흥건설(7%), 삼진일렉스(5%)와 손을 잡았다.
도림천 사업은 대우건설이 지분 40%로 대표사로 나서며, 두산건설(23%) 및 중흥건설(12%) 외에 효성, 서한, 대저, 디에이치, 브니엘건설이 각각 지분 5%로 팀을 구성했다.
A사 관계자는 “공사비가 원상복구됐다고는 하지만, 처음부터 워낙에 빠듯하게 책정됐던 터라 건설사들의 참여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컨소시엄 구성 자체에 난항을 겪으며 경쟁구도 성립이 어려웠다. 다음부터는 서울시가 지하공사 사업을 발주할 때 지역 특수성을 감안해 공사비를 책정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3차 재공고 사업은 지난 1일 입찰마감까지 공구당 1개사만 참여하며 유찰됐다.
앞서 작년 6월 조달청은 기술형 입찰 유찰 방지 대응책 일환에서 단일 응찰 반복으로 유찰된 사업은 더는 시간을 끌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전환토록 했지만, 서울시는 한 번 더 재공고를 결정했다. 두 번 유찰 후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감사 리스크를 피하겠다는 의도다.
대신, 4차 재공고는 유찰한 다음 날 나왔다. 보통 유찰 이후 재공고까지 한 달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입찰 행정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다소 아쉬움의 목소리는 나온다.
수의계약은 물가변동 기산일을 ‘입찰일’이 아닌 ‘계약체결일’로 적용하고 있어, 장기간의 물가상승분을 보전받지 못하는 실정인데 무의미한 입찰 행정까지 겹치면 건설사 애로가 더욱 심화된다는 지적이다.
B사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건설경기 활성화 방안’에서도 1회만 유찰하면 바로 수의계약으로 직행할 수 있도록 했는데 굳이 재공고를 선택하며 선례를 남긴 서울시의 행정이 다소 아쉽다”라며, “정부와 조달청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입찰 행정 안내를 해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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