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안식일 면접 일정 변경’ 거부한 로스쿨… 대법 “불합격 취소”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4-04-04 12:30:45   폰트크기 변경      
재림교 교인, 승소 확정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국립대 로스쿨 입시 과정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면접 일정을 바꿔달라고 요구했다가 거부당해 불합격한 수험생이 학교 측을 상대로 낸 불합격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가 확정됐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4일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교인인 A씨가 “로스쿨 불합격 처분 등을 취소해달라”며 전남대 총장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0년 10월 전남대 로스쿨에 지원해 서류 전형에 합격했지만, 면접평가를 앞두고 난관에 빠졌다. 재림교는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종교적 안식일로 정하고 시험 응시를 비롯한 세속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당시 면접 일정이 토요일 오전으로 잡혔기 때문이었다.

이에 A씨는 자신의 면접 일정을 토요일 일몰 이후로 바꿔달라고 이의신청을 냈지만, 학교 측은 이를 거부했다. A씨는 결국 면접에 응시하지 못해 불합격 처리되자 소송을 냈다.

1ㆍ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한 반면, 2심은 학교 측이 A씨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만큼 불합격 처분이 취소돼야 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은 “피고(전남대)는 원고가 양심에 따르면서 면접에 응시할 수 있고 학생 선발 절차의 형평성ㆍ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피고가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해 이의신청을 거부하면서 A씨에게 면접 응시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불합격 처분 사유는 인정되지 않고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국립대 총장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이자 기본권 수범자의 지위를 갖기 때문에 차별 처우의 위법성이 보다 폭넓게 인정된다”며 “재림교 신자들이 받는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면접평가의 경우 개별면접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A씨의 면접시간만을 토요일 일몰 후로 손쉽게 변경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응시자들의 면접시간을 변경할 필요가 없다”며 “면접대상자를 격리한 상태로 면접시험을 실시하므로 A씨가 늦은 순번으로 면접순번이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응시자들에 비해 면접평가 준비 시간을 더 많이 받는 등 부당한 이익을 받는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종교적 신념에 따라 A씨가 입는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해 면접시간을 바꾸더라도, 이로 인해 제한되는 공익이나 제3자의 이익이 A씨가 받는 불이익보다는 훨씬 적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통틀어 재림교 신자의 시험일정 변경 청구를 명시적으로 받아들인 최초의 판결”이라며 “우리 사회 소수자인 재림교 신자들이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부당하게 차별받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청의 헌법상 의무 범위를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재림교 신자들은 토요일로 정해진 시험 일정을 바꿔주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여러 차례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지만 모두 기각됐다.

이승윤 기자 lees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정치사회부
이승윤 기자
leesy@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