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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제보 속은 경찰에 체포ㆍ구속… 대법 “국가배상 책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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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4-07 10:43:46   폰트크기 변경      
“범죄 의심할 만한 이유 있어… 위법 수사로 보기 어려워”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허위 제보에 속은 경찰 수사로 체포ㆍ구속됐다가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중앙홀/ 사진: 대법원 제공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9월 특수절도미수 혐의로 경찰에 체포ㆍ구속돼 약 한 달간 수감됐다가 검찰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아 풀려났다.

A씨가 경찰에 체포ㆍ구속된 이유는 구치소 수감자 B씨의 제보 때문이었다. B씨는 ‘A씨가 다른 공범 2명과 함께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려다 실패한 적이 있다’고 경찰에 제보했고, 이를 근거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게다가 경찰 수사 과정에서 A씨는 ‘범죄 혐의를 부인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접견을 금지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B씨가 허위로 제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공범으로 지목된 2명이 A씨를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 사이에 거래내역도 전혀 없었고, 결정적으로 B씨가 A씨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당해 수사받고 있었다는 이유였다.

이후 A씨는 검찰에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해 647만원의 보상금을 받는 한편, 경찰의 위법 수사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국가와 경찰관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나섰다.

1ㆍ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한 반면, 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범행에 가담했다고 의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도망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는데도 경찰이 A씨를 체포ㆍ구속한 것은 위법하다는 게 2심의 판단이었다.

다만 경찰이 고의로 위법행위를 한 것은 아닌 만큼 경찰관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됐고, 배상금은 위자료 1000만원에서 이미 지급받은 보상금을 뺀 352만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경찰이 체포ㆍ구속영장을 신청한 행위 자체가 현저히 부당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2심의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B씨의 제보와 진술이 구체적이었고 경찰이 B씨 제보의 신빙성을 신중하게 판단하기 위해 노력한 만큼, 당시 경찰로서는 A씨가 범행에 가담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도주 우려가 인정된다고 볼 여지도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피의자를 체포ㆍ구속하는 것은 체포ㆍ구속영장을 집행한 결과일 뿐”이라며 “경찰이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나 자료를 일부라도 누락ㆍ조작하는 등 독자적인 위법행위가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경찰의 수사 활동이나 판단, 처분 등이 위법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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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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