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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우리는 모르는 ‘글로벌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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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4-08 06:00:31   폰트크기 변경      


동네 홍제천은 자주 가는 산책 코스다. 휴일에 자전거를 타거나 걷곤 하는데, 집에서 나와 서대문구 남가좌동 사천교까지 가면 홍제천을 만난다. 왼쪽으로는 한강까지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가면 안산을 만난다. 한강에 도달해서는 강변을 따라 더 걸을 수 있고 안산에 오를 수도 있지만, 내 체력이나 시간으로는 여기까지가 적당하다.

얼마 전 안산 초입 폭포 밑에 설치된 관광안내소를 발견했다. 주변 주차장도 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둘러보니 주변에 외국인도 많다. ‘K-등산’이 한류 중 하나라고 하고 안산 둘레길에서 외국인을 만나는 일도 흔하니 관광안내소가 필요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최근 만난 서대문구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니 내 짐작과 다른 이유가 있었다. 홍제천 인공폭포가 ‘글로벌 명소’라는 것이다. 관광안내소를 설치한 이유였다.

이 폭포를 ‘감흥 없이’ 지나치던 나에게는 의아스러운 점이 없지 않았다. 예전에도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고 폭포를 사진에 담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정도라고?’라며 스스로에게 되묻곤 했다.

이곳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한 수변감성도시 조성사업의 대표적 사례다. 홍제천을 비롯해 과거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통해 한강과 한강으로 흐르는 지천을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은 오 시장의 작품이다. 오 시장은 시장직에 복귀한 후 ‘수변감성도시’라는 이름으로 지난 임기 때 못다 완성한 ‘한강 가꾸기’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서대문구와 이성헌 구청장은 서울시의 수변감성도시 조성사업으로 선정된 이후 이곳에 데크를 설치하고 폭포 방향으로 의자와 테이블을 놓고 카페를 만들었다. 커피 한잔 마시면서 폭포를 ‘물멍’하는 곳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쇄도하자 서대문구가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지난해 4월 카페 문을 연 지 1년 만에 전체 방문객 30만명 중 외국인이 30%에 달했다. 국적도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까지 ‘글로벌 명소’라는 이름에 손색이 없다. 접근성이 좋지 않아 이 폭포를 보려고 택시를 다고 오는 관광객들도 많다고 한다. 숏폼(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에서 홍제천 카페폭포 관련 게시물은 1000만 뷰를 넘어섰다.

카페 매출액은 1년이 지나지 않아 누적 7억원을 돌파했고, 서대문구는 이 돈을 청년 장학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주차장 확장에 이어 문화공간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타는 서울 지하철을 경험한 미국 메이저리그 스타들이 탄성을 내뱉고, 우리는 흔하게 접하는 한국의 음식과 맛에 감탄하는 외국인들은 많다. 나에게는 흔한 일상이 다른 이에게는 새롭고 감동스러운 풍경일 수 있다.

서울은 현재 외국인 관광객 3000만 시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홍제천은 주목해야 할 사례다. 우리 일상의 풍경을 살피고 보태고 가꾸면 글로벌 관광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울과 대한민국은 홍제천과 같은 보물들을 많이 품고 있다.

김정석 정치사회부장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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