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심화영 기자] 강남에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외국인 집주인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녀를 집주인으로 둔 한국인 부모가 대리계약을 하러 나오거나, 부부 중 외국인 집주인을 대신해 한국인 배우자가 대리계약을 맺으러 나오는 경우도 흔하다. 외국인 집주인은 비단 ‘강남3구’나 ‘외국인밀집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확정일자 임대인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 계약 중 임대인이 외국인인 계약은 1만7786건이다. 이는 관련 통계가 제공되기 시작한 2010년 이래 최대 수치다. 외국인 집주인은 점점 늘 전망이다. 통계청은 오는 2042년이면 국내 인구 중 외국인 비율이 약 7%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통해 부동산 임대차계약을 맺을 땐, 집주인이 외국인인지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항목이 됐을 정도다. 외국인이 집주인이라면 외국인등록증ㆍ여권으로 집주인의 신분을 확인하고, 집주인 본인이 외국에 있어 대리인계약을 하는 경우 인감증명서를 비롯해 해외 영사관을 통해 현재 실거주 주소를 확인해야 하는 등 점검할 사항이 많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각종 대출규제로 내국인 주택구매는 점점 까다로워졌다. 집값이나 소득 대비 대출 한도를 제한하자, 현금보유자가 아니면 수도권에 집을 사기 어려워졌다. 반면 외국인은 각종 대출 규제는 물론 다주택자 세금규제에서도 자유롭다. 만일 중국인이라면 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국내 대출규제와 관계없이 자국은 물론 중국 금융회사나 2금융, 은행권 외국인전용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정부는 2019년 12ㆍ16 대책을 통해 투기지역ㆍ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이상 아파트를 매입할 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전면 금지했다. 이 강력한 규제는 재작년 가을까지 시행됐지만, 외국인은 무풍지대였다. 이들은 자국 은행 등을 통해 집값의 100%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다. 현재 외국인 집주인이 폭증한 배경이다.
외국인 대출시장 규모도 날로 커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외국인 대상 주담대 금액은 총 2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중국인 대출은 1조3300억원에 달해 전체의 약 60%다.
문제도 터졌다. 최근 중국인 집주인이 서울 관악구의 다가구주택에서 약 20명의 세입자 보증금 22억5000만원을 돌려주지 않은 채 출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매가 점점 누적되면, 이들의 거래는 부동산 가격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자명하다. 특히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외국인 다주택자의 불법행위나 부동산시장 교란행위를 막으려면, 정부는 외국인 부동산 관리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데 나서야 한다. 외국인 대출을 비롯한 외국인 부동산거래는 국가안보차원에서 내국인과 동일하거나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