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분야 쏠린 반도체 정책 지적

팹리스 기업 경쟁력 강화 강조

후공정ㆍ파운드리 회원사 적극 유치

대기업 팹리스 지원 유도 등 주력

김경수 한국팹리스산업협회장. 사진: 한국팹리스산업협회 제공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에 대한 지원 및 투자는 선택이 아닙니다. 엔비디아(NVIDIA) 등 몇몇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결국 반도체 기술의 근본인 팹리스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김경수 한국팹리스산업협회 회장(사진)은 지난 22일 경기 성남시 넥스트칩 본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팹리스 업계가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려면 정부의 정책적ㆍ재원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회장은 국내 1세대 팹리스 전문가다. 1997년 넥스트칩을 설립한 후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의 국산화를 이끌며 국내 팹리스 시장 발전에 한 축을 담당했다는 평가다. 그런 그가 지난달에는 제2대 한국팹리스산업협회장직에 오르며 전국 130여 팹리스 기업을 대변하는 중직을 맡게 됐다.

◇ “韓 팹리스 산업… 정부ㆍ대기업 지원에 달려”

국내 팹리스 산업은 국가 전략산업으로 분류될 정도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이에 합당한 지원 체계는 여전히 부족하다. 정부가 최근 반도체 육성 정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특정 분야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반도체 최대 단체인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역시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등 대기업 회원사 위주의 지원책 마련에 주력하다 보니 비교적 규모가 작은 팹리스까지 혜택이 돌아가기 어려운 구조다. 김 회장이 취임 이후 정부 부처와 소통에 특별히 공을 들이는 이유다.

김 회장은 “한국팹리스산업협회는 소규모 협단체로는 이례적으로 산업통산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기벤처기업부 등 3개 부처 산하 법인으로 출범했지만, 아직은 회원사가 많지 않다 보니 이렇다 할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기존 팹리스와 반도체 설계자산(IP), 디자인하우스 기업 외에도 후공정과 파운드리 분야 회원사도 유치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대기업의 지원 강화도 임기 내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삼성전자, SK키파운드리 등 파운드리 기업들이 중소 팹리스에 대한 지원사업으로 시제품 제작 공정(MPW) 소요 비용과 신제품 제작 기회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지원 규모가 크지 않을뿐더러 지원 기업 선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정작 지원을 받아야 할 기업들에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구조”라며 “협회가 대기업-팹리스 기업 간 가교역할을 수행해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스타 플레이어’를 키워라”

‘리벨리온ㆍ퓨리오사AIㆍ사피온’. 최근 K-반도체를 대표하는 팹리스 3총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간판회사보다도 더 큰 화제를 몰고 다닐 정도다. 이들 3사는 엔비디아, 퀄컴, AMD 등 몇몇 기업이 주도하는 글로벌 팹리스 시장에서 독자적이고 차별화된 반도체 설계 기술을 기반으로 각자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김 회장은 인터뷰 내내 ‘스타 플레이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망 팹리스를 발굴하고 키우는 것이야말로 국내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는 자양분이 될 거란 믿음에서다.

김 회장은 “국내 팹리스 산업은 유럽이나 미국의 5분의 1 수준의 인력만으로 최첨단 칩을 설계할 수 있는 우수 인력과 ‘설계-패키지-테스트-파운드리’ 반도체 생태계를 갖추고 있지만, 마케팅 역량 부족 등의 이유로 해외 문턱조차 못 넘는 기업들이 많다”며 “협회는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해외 판로 개척에 필요한 마케팅을 적극 지원해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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