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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리스크에 H지수 추락…추가 손실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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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4-23 18:15:30   폰트크기 변경      
홍콩 ELS 배상 진통

은행들 사면초가


5800대 안팎서 등락…회복 더뎌

과징금 규모 등 제재 수위도 촉각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해왔던 주요 시중은행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상품은 앞으로 H지수 추이에 따라 배상 규모가 정해지는데 중동 지역을 둘러싼 갈등이 변수로 떠오르면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홍콩 ELS’ 판매 은행 제재 절차에 돌입하면서 과징금 규모 등 제재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미국 뉴욕대 재학생들이 22일(현지시간) 미 뉴욕주 뉴욕 스턴경영대학원 교정에서 가자지구 휴전 및 이스라엘과 거리두기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욕 AFP=연합


23일 홍콩거래소(HSCE)에 따르면 H지수는 전날 현재 5831.26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앞서 H지수는 지난 10일 약 5개월 만에 6000선을 밟았지만, 불과 이틀 뒤인 12일 5879.58로 떨어지면서 지금까지 5800대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홍콩 ELS는 글자 그대로 H지수와 연계됐기 때문에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상품은 만기 때 H지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금융당국 권고로 홍콩 ELS 판매 은행이 손실에 대한 자율 배상을 결정한 만큼 H지수 향방은 배상 규모와도 맞물려 있다. 투자자도, 은행도 향후 H지수 움직임에 관심을 집중하는 이유다.

실제로 은행권에 의하면 H지수가 6000선을 넘으면 올해 2분기 기준 예상 손실률은 최대 10%포인트 이상 낮아진다. 문제는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과 연관된 선박을 나포하고 이스라엘 본토 공습을 감행한 지난 13일(현지시간) 이후 H지수는 5700 초반대까지 떨어졌고 코스피도 3거래일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재보복에 맞서 추가 대응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위기가 진정세를 찾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높은 상황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연일 ‘긴급 회의’를 주재하며 중동 사태 파장을 점검해오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자문회의’를 갖고 “이스라엘-이란 사태로 그 어느 때보다 세계 정치ㆍ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중동발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재 수위도 관건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홍콩 ELS 판매회사(은행 5개, 증권사 6개) 검사를 마친 뒤 이들에 검사의견서를 보냈다. 각 판매사가 2~3주 이내에 검사의견서에 대한 답변서를 보내면 금융당국은 법률 검토와 제재 양정을 하고, 이르면 내달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금융위원회 이후 최종 확정된다.

금융당국 안팎에선 이번 홍콩 ELS 대규모 손실로 최고경영책임자(CEO) 등 인적 제재까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만 그렇다고 불완전 판매까지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보면 금융사가 설명 의무를 위반하거나 부당 권유 행위를 했을 경우 판매금액의 최대 5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금소법 도입 이후 은행권이 판 홍콩 ELS는 17조1000억원 가량이다. 이 중 불완전 판매가 이뤄진 물량이 30%라고 가정하면 2조5000억원을 과징금으로 토해내야 한다. 이는 은행 전체 배상 규모 2조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각국의 기준금리 인하나 획기적인 경제 성장이 없이는 H지수 등 글로벌 주식 시장의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또 불완전 판매가 확인된 판매사는 과징금 등을 온전히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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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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