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통상 등 다층적 충돌 상황서 당당한 대미 관계 메시지로 해석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회동하면서 또다시 회의를 주재하듯 상석에 앉은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공개된 회동 사진을 보면 블링컨 장관 일행이 시 주석을 기준으로 오른쪽 테이블에 일렬로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블링컨 장관 맞은편, 시 주석 왼쪽 테이블에는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 등 중국 측 인사들이 자리했다.
사진으로만 보자면 시 주석과 블링컨 장관이 '상하 관계'인 것처럼 비칠 수 있는 모습이다.
일반적인 외교 관례상으로는 탁자 하나를 사이로 양쪽 두 개의 의자에 각각 앉아 대등한 위치에서 면담을 진행한다.
시 주석은 2018년 6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 2016년 4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각각 베이징에서 면담했을 당시 이런 모습을 연출했었다.
시 주석은 작년 6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와 만났을 때도 탁자 하나만 사이에 둔 채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시 주석은 블링컨 장관의 지난해 6월 베이징 방문 때에는 상석에 앉는 장면을 연출했다. 당시 미중간 갈등 상황이 그대로 투영된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시 주석은 2018년 3월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베이징을 찾았을 때도 이처럼 상석에 앉아 회동을 진행했다.
당시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급격히 냉각된 시기였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안보는 물론 통상 부문에 이르기까지 다층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시 주석이 이같은 자리 배치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에 맞서 당당하게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발신하려 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 주석은 이날 '상석'에 앉은 채 블링컨 장관에게 "미·중 사이에 풀어야 할 이슈가 많다", "미국도 중국의 발전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양국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 등 압박성 발언을 쏟아냈다.
블링컨(왼쪽 맨위)·왕이(오른쪽 맨위) 가운데 상석 자리한 시진핑 주석(가운데) /사진: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