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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위험한 길’ 운전하다 사고… 法 “무면허라도 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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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4-29 10:05:04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무면허 상태였더라도 회사 업무를 위해 안전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도로에서 운전하다가 사고가 났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무면허 여부와는 관계 없이 업무 자체에 사고의 위험성이 있었다는 이유다.


사진: 대한경제 DB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A씨의 유족이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21년 어느날 새벽, 경기도 화성시의 한 공사 현장에서 나온 흙을 운반하기 위해 미개통된 도로를 운전하던 중 핸들을 잘못 조작하는 바람에 배수지로 추락해 숨졌다. A씨는 1종 대형 운전면허를 갖고 있었지만, 사고 당시에는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이후 유족들은 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청구했지만, 공단이 “A씨가 무면허 상태에서 운전해 도로교통법 등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자의 고의ㆍ자해행위나 범죄행위로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1991년부터 운전한 점을 근거로 “면허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A씨가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사실상의 능력은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며 “무면허 운전행위가 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고 현장은 미개통된 도로로 가로등이 설치돼 있지 않았고 노면이 젖어 매우 미끄러웠을 뿐만 아니라, 조명시설 등 안전 시설물은 없었다”며 “사고가 온전히 A씨의 업무상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는 근로자가 안전에 관한 주의의무를 조금이라도 게을리했을 경우 도로 여건이나 교통상황 등 주변 여건과 결합해 언제든지 현실화할 수 있는, 업무 자체에 내재한 전형적인 위험이 현실화한 것”이라며 “어느 모로 보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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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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