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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칼럼] 지역에서 현실화된 ‘4월 위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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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4-30 09:53:05   폰트크기 변경      


 

대전 주재 기자로 6개월 차에 접어든 현재 지역 건설업계의 위기가 매일 피부로 와 닿는다. 그나마 경기가 좋다는 대전조차 건설경기 침체를 비켜가지 못하며 아파트 경매, 상가 공실, 악성 미분양 물량 처리를 위한 광고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서 발견된다. 지역의 유력 건설사인 A사 본사의 1층 로비는 6개월 동안 단 한 번도 불이 켜지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총선 때는 대전 지역 건설사 사옥이 후보자들의 캠프 사무소로 활용되기도 했다. 말이 좋아 ‘위기경영 체제’이지, 사실상 지역 건설사 다수가 휴업 상태에 돌입했다는 얘기다.

증권가를 떠돌던 ‘4월 위기설’은 지역에서 조용히 현실화됐다. 이는 실제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1분기에만 9곳의 건설사가 부도를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3곳)보다 3배 늘었고, 2019년(15곳) 이후 최대치다. 이 중에서 서울·경기를 제외한 지방이 7곳이었다. 폐업 신고한 건설사도 998곳(종합건설 134곳, 전문건설 864곳)에 달한다. 4월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이번 달에도 대구 지역 전문건설업체 1곳이 부도 처리된 것으로 파악된다.

사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일로다. 예로 충청북도에 소재한 건설사들의 작년 기성액은 4조1966억원으로 전년 대비 2472억원(6.2%) 증가했지만 전문가들은‘통계의 착시’ 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건설협회 충북도회 관계자는 “전년에 이월된 공사가 늘어 기성액이 증가한 것일 뿐, 신규 일감이 부족해 신규 계약액은 심각한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다”면서 “계약액과 기성액이 전무한 업체가 충북지역에서만 42개사나 되고, 이미 20개나 되는 건설업체가 작년에 문을 닫았다”라고 전했다. 내년 통계가 나올 즈음에는 지역 건설업계의 위기를 굳이 숫자로 증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란 지적도 덧붙였다.

문제는 지역 건설업계가 고사 위기에 직면한 현재까지 지역 건설기업을 위한 맞춤형 위기대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난 3월 내놓은‘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지원방안’은 지나치게 거시적이고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낙수효과를 겨냥한 대책이다. 지역에는 즉시 활용 가능한 실용적 대책이 필요하다.

부산시가 내놓은‘지역건설업계 안정화 대책’이 대표적이다. 대책을 살펴보면 부산시 차원에서 자재가격 인상분에 대한 낙찰 차액을 교부하거나, 분양권전매 제한 기간 단축 및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등을 국회에 건의하는 안이 담겨있다. 부산시의 안정화 대책은 다른 지역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만한 안들이다. 중앙정부의 변화를 기대하기 이전에 각 지자체가 중론을 모아 지역 산업 활성화 대책을 먼저 건의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스로 물길을 만들면 낙수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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