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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수영장 160개 크기의 ‘대형 물그릇’…신월동 ‘빗물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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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5-01 11:32:27   폰트크기 변경      
아파트 15층 깊이의 지하 속

총 4.7km 거대한 터널 펼쳐져

우기 앞두고 사전 정비 한창 

점검 나선 이기재 양천구청장

2010년 침수 피해 6000건→2022년 ‘0건’


지난 달 29일 신월빗물터널 점검이 실시되는 모습 / 사진 : 양천구 제공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지난 2022년 8월 서울에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여러 사상자가 발생했고, 차량 침수사고만 1만6187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주변보다 지대가 낮은 강남 일대에선 남매가 맨홀에 빠져 숨지는 등 8명이 사망하며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겪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서울 양천구는 거의 피해를 보지 않았다.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신월동에서도 하수구 역류로 인한 침수 피해가 1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2010년에는 양천구와 강서구 화곡동에서도 총 6000건이 넘는 침수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피해를 막은 건 신월동에 위치한 수영장 160개 크기의 ‘대형 물그릇’ 덕분이었다. 밖에서 보면 높은 건물과 주택들이 위치한 평범한 서울 도심이지만, 지하엔 비밀 공간이 숨어 있다. 국내 유일 빗물 터널인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이다.


신월동 빗물 터널은 2020년 완공됐다. 시간당 100㎜의 폭우를 감당하며 최대 32만t의 빗물을 모아둘 수 있는 방재 성능을 갖췄다.


비가 오면 신월동ㆍ화곡동 등 인근 지역의 빗물을 모았다가 호우 종료 후 펌프로 안양천에 배출하는 원리다.

서울시 추산에 따르면 2022년 호우 때 신월 빗물 터널이 600여 세대 규모의 침수 피해를 방지했다.


지난 달 29일 신월동 대심도 빗물 터널 지하 구간에 직접 들어가 풍수해 대비 현장점검 중인 이기재 양천구청장 / 사진 : 양천구 제공


지난달 29일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빗물 터널을 찾았다. 이번 여름도 이상기후로 기록적인 강수량이 예상되는 만큼 침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직접 현장점검을 나선 것이다.

이 구청장과 점검반, 그리고 기자단은 방수장화와 안전모를 갖추고 아파트 15층 깊이, 지하 40m에 위치한 대심도 빗물 터널 입구로 내려갔다.

터널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유지관리 수직구를 지나야 한다. 이곳에는 차량용과 일반용 엘리베이터가 각각 설치돼 있어 지상과 지하를 오가며 터널을 관리할 수 있다.

터널에는 유지관리 수직구 외에도 곳곳에 6개의 수직구가 있다. 빗물이 유입되는 수직구, 환기 수직구, 빗물이 유출되는 수직구 등이다.

아래로 내려가니 총 4.7㎞ 길이의 거대한 규모의 터널이 끝없이 펼쳐졌다. 지름도 10m에 달했다.

그러나 내부가 전체적으로 상당히 깨끗하게 정비돼 있었다. 우기에 대비해 1월부터 터널 내부에 쌓인 준설토 222㎥를 제거하고, 터널 내 일부 균열 구간도 손 봤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차량에 탑승해 빗물 터널을 점검하는 모습 / 사진 : 양천구 제공


2차선 정도 되는 규모의 어두운 터널길을 자동차 쌍라이트에 의존해 약 10분 넘게 달렸다.

이성연 치수과장은 “평소 직원들은 차가 아닌 랜턴을 들고 직접 걸어다니면서 터널 이음부에 누수가 없는지, 수문의 오작동은 없는지 점검한다”라고 말했다. 평소 직원들은 점검을 위해 터널 안을 2~3시간 이상 부지런히 걸어 다닌다.

그러면서 “내부가 워낙 깜깜하고, 웅장해서 SF 영화 촬영지 속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며 “실제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쓸 수 있느냐는 요청도 많이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차를 타고 가다 1.7㎞ 정도의 지점에서 하차해 수직구들을 점검했다. 빗물이 유입되는 수직구에는 직경 5.5m, 수심 5m의 연못이 있다. 물이 유입될 때 파압을 줄여주는 감세지 역할을 한다.

중점 홍수 대책 기간인 5월 15일~10월 15일까지는 안전상의 이유로 직원들도 터널 입구로 들어올 수 없다. 예상치 못한 호우로 터널로 빗물이 유입되는 상황을 우려해서다.


빗물이 유입되는 수직구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이기재 양천구청장 / 사진 : 양천구 제공


이 구청장은 “다음 달 말까지 대심도 터널 내부에 상시 모니터링이 가능한 폐쇄회로(CC)TV 4대도 설치해 침수 상황을 모니터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구는 모인 빗물을 그냥 배출하는 것이 아닌, 수질검사를 거쳐 재활용하는 방안도 서울시와 논의 중이다.

현재 서울시는 이수~과천 복합터널과 함께 강남역, 광화문, 도림천 3곳에 대심도빗물터널 건설을 추진 중이다. 앞서 시는 2027년까지 이 3곳에 1차로 빗물터널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심도 터널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수방 사업으로 꼽힌다.

이 구청장은 점검을 마치고 “신월 대심도 터널이 아직까지 국내 유일한 대심도 터널이고 지난해 효과가 증명된 만큼 다른 지역의 대심도 터널 공사에 다양한 노하우를 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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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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